※ 한 작품의 도입부를 다시 한번 읽으면서 작가가 도입을 그렇게 쓴 이유를 찾아보세요.
주제와 연결해서 저자가 도입을 그렇게 쓴 이유를 자기 나름대로 찾아봅니다.
<양염>
고요히 한 생각 머물면
앞 강물도 지워지고
앞산 숲도 지워진다
너는 말없이 말하고
나는 들리지 않게 듣는다
강상기 <묵언> 부분
저자는 강상기 시선집 <오월 아지랑이를 보다>라는 책에 실린 시를 통해 주제와 관련된 도입부로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평소에 왕래를 거의 하지 않았던 저자(아들)가 연로해진 아버지를 모시고 대학병원을 오가면서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아버지와 마주 앉아 밥 먹고, 툭툭 끊기는 대화를 나누고, 한집에서 잠이 들면서도 겉돌았다고 했다.
"그저 서로의 인생을 살피는 데 어색함을 느낄 뿐"이라고. "남들처럼"을 굳이 강조하면서.
어둠 속에서, 병을 오래 앓아 가쁜 숨을 내쉬며 겨우 잠이 든 아버지를 지켜보다가 그 밤.
요와 이불을 들고 작은방으로 건너와, 아버지가 자다 깨기를 반복하며 뒤척대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들으며 나는 "(아버지는) 말없이 말하고. (아들은) 들리지 않게 듣는다"라고 읊조려 보았다고 했다.
마지막 단락에 언급된 이 글의 제목인 <양염>이란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니 주로 봄날 햇빛이 강하게 쬘 때 공기가 공중에서 아른아른 움직이는 현상으로 아지랑이와 비슷한 단어라고 한다. 저자는 이에 관련된 경험담을 풀어놓는다.
어린 날 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 논두렁을 걷다가 그만 발이 미끄러져 넘어졌고, 아무것도 모르던 아버지는 저만치 가시고 저자는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진흙이 잔뜩 묻은 운동화를 벗어서 들고 아버지를 향해 뛰어갔지만 걸어가는 아버지를 결코 따라잡지 못했는데, 지면 부근에서 공기가 마치 투명한 불꽃과 같이 아른거리며 위쪽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경험한 것이다.
그 양염을 연애라고 부르기도 하고, 연애라는 말은 물방울과 티끌이라는 뜻으로, 아주 작은 것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김현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아버지와 저자의 관계를 양염에 대비시키며 이 단어를 곧 연애=물방울=티끌=아주 작은 것으로 귀결시키며 글을 마무리한다. 이는 앞서 언급된 "(아버지는) 말없이 말하고. (아들은) 들리지 않게 듣는다"를 읊조렸던 저자의 마음을 아주 작은 것과 연결시킨 것을 아니었을까?
아주 작은 것과 아주 큰 것은 서로 반의 관계이다. 이 관계는 서로 모순되는 것 같으나 그 속에 중요한 진리가 함축되어 있는 역설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 않았을까?
아주 작은 것 같아 보여도 아버지를 향한 아주 큰 마음을 비춰내려는 저자의 진심은 아니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