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다는 것은 누군가의 부재를 경험하는 것
쓴다는 건 몰락을 경험하는 것이다. 지난겨울 병세 형이 떠났다. 그와 나는 국문과 선후배 사이로 함께 술 마시고, 데모하고, 시를 썼다. 그는 영민했고 괴팍했으며 글쓰기에 재능이 있었다. 사람을 관찰할 줄 알았고, 꿰뚫어 보았으며 그런 이유로 친구나 연인을 자주 떠나보내고 늘 적이 많았다. 또한 바로 그 때문에 그가 쓰는 시는 언제나 '나'로 수렴됐다. 그는 외로웠다. 그와 나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어울려 지냈다. 당시에 나는 그를 친구로서 좋아했으며, 사람으로서 따랐고, 습작생으로서 동경했다. 그의 시는 내가 맞닥뜨린 최초의 문학적인 삶이었다. 그가 유일했다.
김현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어떤 날
이력서 넣은 데서는 연락이 없고 아무도 안부 전화도 걸어오지 않는 어떤 날이 있다. 새삼 작은 방 안의 먼지들만 보이는, 어떤 날이 있다. 닦아내고 털어내고 먼지는 또 묻고 쌓여간다. 먼지와 이길 수 없는 건데 먼지를 지워내고 싶은, 어떤 날이 있다. 돌아보지 않으면 사물들에 먼지가 쌓이듯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사람은 그만큼 먼지가 쌓여 있다.
사람에게 쌓인 먼지들만 보이는, 어떤 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