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토록 무거운

쓴다는 것은 누군가의 부재를 경험하는 것

by 노을책갈피
쓴다는 건 몰락을 경험하는 것이다. 지난겨울 병세 형이 떠났다. 그와 나는 국문과 선후배 사이로 함께 술 마시고, 데모하고, 시를 썼다. 그는 영민했고 괴팍했으며 글쓰기에 재능이 있었다. 사람을 관찰할 줄 알았고, 꿰뚫어 보았으며 그런 이유로 친구나 연인을 자주 떠나보내고 늘 적이 많았다. 또한 바로 그 때문에 그가 쓰는 시는 언제나 '나'로 수렴됐다. 그는 외로웠다. 그와 나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어울려 지냈다. 당시에 나는 그를 친구로서 좋아했으며, 사람으로서 따랐고, 습작생으로서 동경했다. 그의 시는 내가 맞닥뜨린 최초의 문학적인 삶이었다. 그가 유일했다.
김현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저자는 <그때 그토록 무거운>의 도입부를 저자가 경험한 내용으로 표현했다.

바로 국문과 선후배 사이이자 동경했던 병세 형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로 시작하여 그와의 인연에 대해서 도입부에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썼다는 건 적어도 살아 있었다는 것"을 병세 형의 예를 들며 이야기한다.

홀로 견디다 죽었다는 병세 형의 쓸쓸함을.

병세 형이 남몰래 썼던 여러 편의 시, 두어 권의 문집을 통해 살아 있음은 매번 구멍을 그리고 그 구멍 안에 다시 구멍을 그리고 또 그리는 무한한 몰락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남긴 몰락의 산물은 그때 그토록 무거웠던 것. 그것이 바로 문학이었다는 사실을 저자는 돌연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지금 저자는 이야기를 쓰면서 "쓴다는 것은 병재 형의 부재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고백하고 싶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아래의 글은 저자의 지인 병세 형이 남긴 <어떤 날> 시다.


어떤 날
이력서 넣은 데서는 연락이 없고 아무도 안부 전화도 걸어오지 않는 어떤 날이 있다. 새삼 작은 방 안의 먼지들만 보이는, 어떤 날이 있다. 닦아내고 털어내고 먼지는 또 묻고 쌓여간다. 먼지와 이길 수 없는 건데 먼지를 지워내고 싶은, 어떤 날이 있다. 돌아보지 않으면 사물들에 먼지가 쌓이듯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사람은 그만큼 먼지가 쌓여 있다.
사람에게 쌓인 먼지들만 보이는, 어떤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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