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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을 쓰는 작가 Nov 10. 2023

혼자만의 퇴고보다 합평이 어우러진 시

합평의 시간으로 위로받다

시라는 문학을 접하면서 기존의 에세이를 쓸 때와는 전혀 다른 '합평'이라는 단어와 마주해야 했다.

그렇다면 합평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

합평이란 바로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비평하는 것이다.

기존에 쓰고 있던 에세이는 나의 경험담을 솔직하게 쓰는 것이기 때문에 글쓰기도 퇴고도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해왔다.

 


그렇지만 시는 달랐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비평의 시간을 갖는 것인데, 처음에는 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혼자서 에세이라는 명목으로 글을 써온 지도 시간이 제법 흐른 상태였고, 나름 나만의 철칙을 가지고 꾸준히 글을 써왔기 때문에 나의 글을 누군가 비평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의 글을 두고 비평하는 것을 어느 누가 처음부터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며 퇴고할 수 있을까.

그건 오로지 대인배만이 가능할 것이다.

'내가 얼마나 고심하며 생각해 낸 단어였는데....' '이 행과 연은 꼭 살리고 싶었는데......'

고민의 흔적들로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가지만, 강사님과 선배 학습자 분들의 날카로운 분석과 예리함에 순순히 조언받은 대로 시의 주제에 맞는 단어로 수정하거나 한 연을 통째로 삭제시키는 처절한 퇴고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시는 특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한 행으로 두는 것이 큰 특징임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와 거리가 한참 멀었던 나는 시와 점점 친밀해지며 거리를 가까이하게 되었다.



나보다 시를 더 먼저 배웠던 선배 학습자분도 합평의 시간에 대해 "처음에 나도 기분이 나빴어요. 내가 힘들게 지은 시를 고치라고 하니까 수긍하기가 쉽지가 않았는데, 합평한 대로 고치니 내 시가 더 예쁘게 돋보였어요."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달해 주셨다. 평소에 표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고 말씀해 주신 걸까.

아마 강사님과 학습자 7명이 둘러앉아 가지는 합평의 시간은 누구든 자신의 차례가 되면 서운한 마음을 감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2주 동안의 창작의 고통을 합평의 시간으로 인해 한순간에 외면받는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내가 정말 이 시에서 하고 싶은 말이 더 함축적으로 담길 수만 있다면 뭔들 못하리.

 

여러 사람이 모여 합평하는 시간은 이 시를 썼던 그때 그 시절, 그 마음, 그 장소로 돌아가 각자의 사연이 담긴 삶을 공유한다.

모두가 살아온 삶이 순탄하지 않았지만, 시를 통해 각자의 사연들을 노래하면서 위로하는 시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을 주고받으며 내적친밀감을 형성하게 된다.



지난주에 나는 <갈무리>라는 자작시를 낭송하였고, 이 시를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데 힘들었던 나의 10~20대를 회상하면서 슬쩍 눈물을 훔쳤다. 훌훌 털어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그 시절 힘든 기억이 생생한 걸 보면 온전히 털어내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사연을 들은 학습자 분들과 강사님은 나를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 주셨다.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이런 글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라며 친정부모님과 연배가 비슷한 학습자들의 삶의 경험을 통해 위로와 치유의 말씀을 해주셨다.

내가 어디 가서 이런 사연을 얘기할 수 있을까, 아니 어디 가서 이런 따뜻한 말을 들을 수 있을까.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시>를 사랑하는 모임이기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 

문학은 혼자만의 퇴고보다 합평의 시간으로 때로는 모두가 숙연해지기도 하지만, 모두가 힐링되는 시간인 것이다. 늦가을. 시라는 문학으로 자신의 마음을 훌훌 털어내고, 합평의 시간을 통해 서로의 진솔한 마음을 교류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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