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도 못한 나라에서 살게 되었다
막연하게 해외생활을 꿈꾸던 날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학창 시절부터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친정아버지는 공무원이셨고, 한때 주재원으로 외국에 나갈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아쉽게도 우리 가족의 해외 생활은 그렇게 무산되었다.
기억도 가물한 어느 날, 다시 해외살이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래서 컴퓨터 앞에 앉아 미국, 호주, 캐나다 같은 선진국들을 검색했다.
그러다 문득 눈을 돌려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찾아보게 됐다.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같은 나라들.
한때는 필리핀 영어연수가 유행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필리핀에서 한국인이 위험에 처했다는 뉴스들이 들려오면서 그 나라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사그라들었다.
모국어가 영어인 선진국들은 생활비가 너무 비싸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고, 그나마 조금 ‘비빌 수 있는’ 나라들을 며칠간 밤마다 뒤적이며 검색했다.
그러던 중, 며칠 전 우연히 본 드라마에서 ‘말레이시아’라는 이름이 나왔다.
“말레이시아? 어디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다.
자꾸 들여다보다 보니 쿠알라룸푸르라는 도시 이름이 보였다.
생소했다. 한국 사람들이 자주 가는 나라도 아닌 것 같았고, 온라인에 올라온 정보도 많지 않았다.
“이게 어디야? 이 나라는 어떤 나라지?”
낯설고 낯선 이 나라에 대해 점점 궁금해졌다.
세계사 공부를 제대로 못해서였는지, 베트남, 태국, 필리핀 정도만 알고 있었고, 인도네시아는 발리 덕분에 들어본 적이 있을 뿐이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헷갈릴 정도로 동남아시아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었다.
그저 동남아는 1년 내내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는 곳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나라, 관심도 없던 나라.
하지만 궁금함과 여행에 대한 설렘이 더해져 결국 2박 3일 여행을 결심했다. 가까운 거리라는 점도 한몫했다.
도착한 말레이시아.
시내 한복판에는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거리를 걸어 다녔다.
저 멀리 노점에서는 인도계 남성이 무엇인가를 팔고 있었고, 한 식당 안에서는 중국계 사람들이 만다린으로 활발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짧은 여행을 계기로 나는 지금, 말레이시아에서 수년째 살아가고 있다.
그 여행이 나의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는 것을, 그땐 미처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