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물 시계가 사라진 밤

그 날, 내 결혼 생활은 끝났다

by 오그레스



우연히 보게 된 그의 손목에 매일 차고 다니던 시계가 보이지 않는다. 그가 세수를 하거나 양치질을 할 때 화장실 안에 가끔 풀어 놓는 경우가 있어서 화장실에 가서 찾아보기로 한다.


방금 샤워를 하고 나와서 뿌옇게 된 김이 거울에 서려있다. 화장실에 세면대 위, 변기 위, 선반 위를 봤다. 있을 만한 곳을 다 봤지만 찾지 못했다.


분명 그가 샤워를 하면서 양치질도 하고 나왔는데, 시계가 보이지 않는다. 손목에도 화장실 세면대 위에도 없다. 혹시나 하고 방에 있는 화장대 위와 책상 위에도 찾아보고, 거실에 있는 식탁과 현관문 옆에 있는 선반도 찾아본다.


아무 곳에도 보이지 않는다. 차에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냥 물어보지 않기로 한다.

결혼식을 하기 전 부모님께서 스위스에 여행을 갔다가 사오신 예물 시계다.


결혼 예물이라는 소중한 의미가 담긴 시계다.

결혼식 하는 날 서로의 손목에 결혼 반지와 그 시계가 채워졌다.


며칠 전 그가 새벽 3시경에 집에 들어 왔고 그 이후 부터 시계가 보이지 않는다.

속이 타들어 가지만, 무심하게 스쳐지나가 듯 그에게 물어보기로 한다.

“ 손목에 시계가 없네?”

“아… 오늘 거래처에서 대접한다고 술 마셨거든? 2차까지 다 해준다고 해서 그냥…”

그는 말끝을 흐리며 자리를 피했다.


그는 늘 그랬다. 술자리가 많았다. 거래처, 상사, 친구들, 망할 형님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돈을 주고 여자를 산 자리에서, 우리의 결혼 상징을 잃어버린 남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숨도, 생각도 멈췄다.


“공짜였다고? 거절은?”
“에이, 다 분위기상 어쩔 수 없었지. 거래처 사람들도 있었고… 그냥 흘러간 거야.”

나는 그가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
아니, 인간 이하로 느꼈다. 짐승만도 못하다는 말이 이런 경우에 쓰이는거겠지.


나는 임신 8개월이었다. 그날 이후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예정일보다 두 달 먼저 양수가 터졌다.

급한 마음에 그에게 전화를 했지만, 역시나 그는 전화를 받지 않다가 계속 되는 전화에 그는 전원을 차단했다. 무서웠다. 하지만 엄마라는 책임감으로 혼자라도 병원에 가기로 한다.


그 누구도 병원에 함께 가지 않았다. 진통과 공포, 불안 속에서 나는 아이를 낳았다. 혼자였다.

아이와 나, 그리고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남자.


상담사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이렇게 말하더라.

“바람보다 성매매가 더 나쁠 수도 있어요. 바람은 감정의 일탈이지만, 성매매는 인간을 ‘돈’으로 사고파는 행위거든요. 사랑이 아닌 거래예요.”


나는 그 후로도 그가 바뀌기를 바랐다. 아니, 바랐던 건지, 나 스스로 그가 바뀔거라고 기대하고 믿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다.
아이를 키우느라 너무 바빠서, 그 사람과의 삶을 외면했을지도 모른다.

그 모든 걸 외면한 건,

사랑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이름의 포기였는지도.


영혼 없는 결혼 생활, 결혼의 끝이었다. 결혼도 이혼도 아닌 그런 생활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