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년 새 변한 건 내 마음이겠지
틀림없다. 틀림없이 같은 나라이며, 그 나라에서는 기억 속의 대부분을 같은 집에 머물렀다.
햇수로는 9년, 그중 초기에 여덟 번의 이사를 거쳐 무려 6년을 내 명의로 계약되어 있던, 틀림없는 내 집이며 내 공간이었는데 그곳이 다르게 느껴지고 아리기까지 한 그리움은 이제 더는 내 집이 아니어서도 아니고 물리적으로 멀리 있어서도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8년 동안 그곳은 내게 현실이었으며, 그 현실은 나에게 물론 힘들었다. 그 힘듦이 크게 다가올 때면 한국이 너무 그리웠는데, 같은 그리움을 지금은 국가만 바뀌어 느끼는 중이다.
2021년 여름 한국에서의 현실을 살다 독일로 집 계약을 마치러 갔을 때 그 두 달이 내게는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도피이지 않았을까?
지금은 그곳으로 도망가고 싶은 이유도 참 가지각색이다. 여름이라서, 한국의 여름은 너무 습하고 나를 지치게 하니까 그곳에서의 비어가르텐이 간절하기도 했고, 그곳에서만 파는 치즈가 너무 먹고 싶어서, 커피가 마시고 싶으니까, 아니 그보다도 집 바로 앞의 레스토랑 슈니첼이 너무 먹고 싶어서, 자동차가 다니는 바로 옆 도로가 아니라 슈프레강을 따라 티어가르텐까지 러닝을 하고 싶어서, 그때는 여행이라 생각지 못해 그곳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게 억울해서 등 밤을 새워서 말할 수 있을 만큼 끝도 없는 이유를 되뇌는 건 사실 내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나의 한계에서 생각만으로 벗어나게 해 주기 때문일 것.
이제 더는 내 집이 없어 완전히 나와는 관계가 없는, 그래서 내게 현실 망각의 장소가 될 수 있는 그곳으로 휴식이란 이름으로 도망을 잠시 취하러 가기 위해 머지않은 시간들을 잘 지내야겠다.
그렇게 그곳은 2020년 3월에서 2021년 6월 사이 내게 현실이었다, 도피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