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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판 밑 인어 Nov 18. 2023

운전하고 싶지 않아!(3)

익숙해질 거라는데 익숙해지자.

 이제야 저 조그마한 차가 내 차 같아졌나 싶었더니만. 사용을 못한다 생각하니 너무나도 애물단지로 느껴졌다. 갑자기 불쑥 차를 사 준 부모님께도 성질이 났다.

아니 내가 사달라고 할 때는 안 사주고 필요 없다고 하니깐 사주네!!

 이 말에 누군가가 '이제는 해야 할 때가 된 거지.'라고 뼈 있는 충고를 건넸다.

아니 그러니깐 나는 해야 해서 하고 싶지 않고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데. 우리 집 환경이 그렇다. 꼭 해야 할 때 무언가를 못 할 만큼 사정이 불우하진 않지만 하고 싶을 때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하지도 않다. 그러나 '나는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이고 싶단 말이야. 해야 해서 하고 싶지 않단 말이야.' 이렇게 말해봤자 이 나이 먹고서는 더 이상 누군가가 철없는 소리 하지 마라라고 충고조차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저 측은과 한심이 섞인 눈빛으로 쳐다보고 말을 삼키겠지. 머리로는 아니 더 이상 말로는 내뱉지 않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짜증, 불쾌감 등에 남 탓까지 뒤섞이며 '나는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싶어! 해야 해서 하고 싶지 않아!'라고 어린애처럼 끊임없이 징징거렸다.



고작 차 한 대 운행해 보는 것뿐인데 온갖 스트레스를 받고 온갖 생각을 했다.

세상에 내가 미숙한 일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보고.

언제쯤 내가 익숙해지겠다는 가늠이 전혀 되지 않아, 빛 한줄기 없는 어두운 곳을 걷는 것 같다가도 갑자기 환한 빛이 들이닥쳐서 어리둥절해하는 게 미숙하고 낯선 일이 노련하진 않지만 낯설지는 않은 일이 되는 과정이라는 걸 깨닫고.

욕구는 못 채우고 의무만 다 해야 하는 환경을 탓해보고.


 앞으로 겪게 될 모든 새로운 일들이 이렇겠지. 내가 원해서 겪게 되는 일이 아닐 경우도 많을 테고, 그렇게 갑자기 맞이한 낯설고 미숙한 일들이 언제쯤 내 것이 될까 전전긍긍하다가 돌연 익숙해지겠지. 그렇게 안도할 때 즘 외부요인으로 계획했던 미래는 무참히 비틀리겠지.


<세상 일이 생각보다 금방 익숙해진다는 걸 알지만, 익숙해지기까지가 가늠되지 않는 고난이며, 그리고 익숙해져도 내 맘대로 되지 않을 거라는 거.>

나는 이제 이 사실에 익숙해져야지. 이 사실을 노련하지는 않아도 낯설지는 않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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