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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공부

by 지음

사실 고백하건대 엄마는 줏대가 없는 사람이었던 것 같애.

엄마는 살면서 엄마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살았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 다른 사람이 의견을 내면 따라가든지 선택의 기로에서는 항상 흔들리며 지인들의 생각을 수집해서 그것을 엄마의 생각인 것처럼 결론을 내리는 일이 다반수였어. 그렇게 살다보니 점점 엄마는 기준없는 사람이 되어 가는 것에 선택을 스스로 못하는 것에 너무 겁이 나기 시작했어.

그래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거지. 지금 너희들이 학교에서 하고 있는 교과서 공부 말고, 인문학 공부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지. 어떤면에서는 이런 결정을 할수 있는 엄마는 생각이 없었던 사람이 아니라 내 생각이 맞는지 아닌지를 주변 사람들에게 검증을 받아야 마음의 안정을 찾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


그래서 엄마의 상황에서 공부는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한 기본이 되는 틀을 만들기 위한 시초가 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어. 사는데 원리나 공식이 있으면 그것을 잘 배워서 익히고, 적용함으로 주변의 검증없이도 정신적으로 편안한 삶을 살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인 거지. 인문학 공부하기가 엄마의 주체적인 삶을 위하여, 이제껏 방황했던 엄마를 위한 첫걸음이었던 거야.


별 생각없이 외우기만 하면 성적은 그럭저럭 나오는 공부 말고 엄마생각을 말하고 전하는 진짜 공부 말이야. 공부를 해서 엄마의 내면을 튼실하게 만들면 주변의 말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을 것 같아. 다 소용없는 일이라는 말을 들으면 다시 포기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 이번에는 엄마 스스로 어떻게 공부를 시작을 해야 하나 고민을 했었어. 여러 경로중에 엄마는 비로소 책을 선택을 하기로 했지.


엄마의 무의식속에는 살면서 책은 손에서 놓으면 안된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아. 하지만 책을 잘 선별해서 읽지는 못했어. 그냥 손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책이나 에세이같은 것이 다였지. 그렇게 밖에 하지 못했던 이유를 지금 생각하니 책을 고르는 눈도 책 읽는 방법도 몰라서였어. 몰라서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몇 개월전 엄마의 머리는 거기까지였어. 엄마는 브런치라는 작가들의 공간에 독자였어. 거기에 새벽독서를 한다는 작가님이 계셨어. 할수 있을지 몇칠을 고민하다가 새벽 독서에 합류를 해 버렸지.


새벽 독서를 하지만 책을 읽어도 이해가 안되고, 마지막 의견을 말하는 것도 엄마는 어려운 일중에 하나였어. 무슨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책을 읽어도 사실 이해도 안되었거든. 근데 몇 개월을 책을 읽으니 눈에 보이는 것도 조금씩 생기고 몰라서 후루룩 넘어가던 페이지도 조금씩 생각이 머물기 시작했지. 거기서 생각을 더 깊이 더 깊이 해야하는 것인지는 알았지만 아직은 그렇게까지는 엄마가 사실 힘들어. 더 열심히 읽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 같아. 그래도 꾸준히 했고, 여기까지 온 것이 대견했지만 앞길도 구만리. 양가감정이 들었어. 그래서 책을 읽으며 방법을 강구해야 했지.


책을 읽다보니 지식을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왜 이 대목에 이런 문장을 넣었을까,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좀더 엄마만의 생각이 바로 선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왜?라는 질문을 어느 포인트에서 해야 하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한번 해보기로 했어.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이 정답이 아니어도 열심히 나의 생각으로 써보는 것. 다시 또 그 답에서 의문이 드는 것은 질문으로 써보기를 하고 있는 중이야. 아직도 모호하고, 어렵게 느껴진단다. 하지만 엄마의 생각을 한줄이라도 써 나간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연습을 해 볼 생각이야. 이렇게 쓰다보면 논리적인 생각들이 줄줄 나오겠지.


마지막으로 책을 읽고 줄거리 정리가 아닌, 정말 엄마의 생각만을 쭉 써보기로 했어. 읽고 느낀점, 인상적인 문장에 대한 나의 의견들을 쓰다보면 조금 더 주체적인 삶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엄마가 진짜 공부를 하면서 느낀 점을 쭉 써봤어.

공부도 포기하지 않고 쭉 하면 되는 것을 조금 뒤늦은 감도 있지만 이제 알아서 재미있게 하고 있단다.

엄마를 지켜봐 주겠니.



[연재날]

월 새벽 5시 발행 [음식으로 풀어보는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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