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연구소의 글쟁이가 사는 법

by 비오는날먼지

요즘 많이 드는 생각이다.

'이번 생은 망한 건가.'


나는 국가출연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기술직이다. 주로 하는 일은 정부에서 연구개발 관련 이슈가 만들어 지면 관련 정책을 만들거나 사업을 기획하는 일이다. 연구원에서 하고 싶은 사업을 만들어서 제안하는 일도 종종 한다.


문제는 이젠 하는 일이 보람도 재미도 없다는 거다. 회사에서는 그닥 인정도 못 받는 것 같고 글을 쓰는 것도 지겹다. 나가 만든 자료가 국가 정책에 반영되어 예산이 실리고 실행된다는 상상이 만들어주던 감동도 이젠 없다. 지천명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에 이직도 부담스럽다.


나는 학교 공부를 잘 했다. 재미있는 걸 하고 싶었다. 로봇 만화에 나오는 '김박사'가 멋있어 보여서 과학고를 갔고 국내 최고라는 대학에서 학사와 석박사 과정 마쳤다. 우여곡절 끝에 컨설팅 회사에 갔다가 실행되지 않는 '소설'같은 보고서 쓰는게 실증나서 공공기관으로 옮겼다.


그 이후로는 공무원이 만든 현실성 없는 계획에 그럴 듯한 주석을 붙여줘야 하는 상황에 실망했으나, 안정적인 직장이 주는 편안함과 안락함에 취해 어느새 지금까지 온 것 같다.


다시 말하자면 일상이 너무 재미가 없다. 무언가 성취하고 싶은 것도 없고 기대되는 일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생계는 이어가야 하기에 재미없는 밥벌이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번생은 망한 건가' 싶다.


남은 인생을 이렇게 살 수는 없으니, 일상에서의 재미를 찾아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고 있다. 수학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해 보기도 하고, 요즘 핫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법을 유투브를 보면서 익히기도 하는 중이다. 버추얼 아이돌을 보면서 아빠 미소를 짓기도 하고 웹소설을 탐독하기도 한다. 이 글을 쓰는 것도 그러한 시도 중의 하나다.


앞으로 내가 재미를 느끼기 위해 했던, 또는 하고 있는 일들을 글로 만들어 보고 싶다. 재미있었던 것들을 글로 정리하고, 글을 쓰면서 흥미를 느끼게 되는 주제를 찾아서 탐구하는 일들이 반복된다면 '좀 더 즐거운 일상이 되지 않을까'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