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에서 재미 찾기

안 되는걸 받아들어기

by 비오는날먼지

학창시절에 나는 수학을 잘 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수학 문제 푸는 걸 잘 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수식을 만들고 계산해서 정답을 맞췄을 때, 몇 시간을 고민해서 어려운 문제의 해답을 찾아냈을 때의 희열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래서 대학과 대학원에서의 수학공부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럭저럭 시험 문제 푸는 정도는 할 수 있었지만, 하나하나의 정리들을 증명하고 보다 깊은 원리를 파고들어야 하는 수학 공부는 머리가 아파서 금방 싫증이 났다. 이걸 공부해서 어디다 써 먹을지 회의도 들었고.


나이 40이 넘어서 다시 수학 공부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다. 인공지능이 뭔지 알고 싶고 써 먹어보고 싶은데 수학적인 이해 없이 그 속을 들여다 보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내가 왕년에는...' 이라는 생각으로 먼저가 쌓여있던 수학책들을 찾아서 훑어보니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아, 몰라.' 하고는 책을 덮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유투브 알고리즘에서 수학 강의를 추천해 준 적이 있었다. 기초부터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나는 '문제푸는 방법'과 수식을 '써 먹는 방법'에만 관심이 있었다 보니, 그 외에는 흥미를 못 느끼고 금방 잊어버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굳이 그럴 필요가 없으니 차근차근 공부하면서 재미를 찾아보고 싶어졌다.


본격적으로 다시 공부를 하려고 하니... 어려웠다. 머리가 굳었다는게 실감이 났다. 조급해졌다. '다 됐구나. 예전에는 안 이랬는데...'라는 자괴감도 들었다. 계속해서 같은 페이지만 들여다보고 있는게 한심하게 느껴졌다. 모르는 부분을 계속 붙잡고 시간이 지나고 나니, 겨우겨우 이해했던 앞의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짜증이 나서 또 책을 덮었다.


시간이 지나고... 아들내미 수학 공부하는 걸 봐 주다가 '이건 더 쉬운 방법이 있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확인하려고 다시 수학책을 폈다. 이전보다는 이해가 쉬웠다. 물론 어느정도까지지만. 막힐 때까진 재미도 있었다. 그 때, '시간에 쫓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재미로 공부하는 건데, 처음부터 다시하면 어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되면 되게 하라.', '안되면 될때까지' 같은 구호는 한 때 유행했던 말이다. 무언가를 이루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담고 있지만, 억지로라도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구시대적인 발상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러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안되면 스트레스를 받고 '되는 것을 봐야' 속이 시원한게 아닐까?


지금은 시간 날 때, 수학책을 보다가 잘 모르겠으면 그 사실을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다가 안 되면 책을 덮는다. 재미있을 때까지만 앎의 기쁨을 즐기고, 이해가 되지 않아서 싫증이 나면 굳이 아둥바둥 알려고 들지 않은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서 잊어버리면 처음부터 다시 보면 된다. 한 번 이해했던 부분은 그래도 쉽게 읽을 수 있으니까 갑갑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다시 보면서 소소한 재미를 찾을 있다. 만일, 이전에 이해가 안 되었던 부분을 '아, 그랬구나'라고 알 수 있으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


집중하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안되는 건 '안되는 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나 즐기기 위해서 하는 일이 스트레스가 되지 않기 위해선 더욱 여유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재미를 위해 하는 수학 공부에 그렇게 접근하고 있다. 그래서, 내 수학책들은 내게 다시 읽혀질 날을 기대리며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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