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확실한 게 하나도 없잖아

우연과 무지가 만드는 불확실성의 두 얼굴

by 배지안

[♪ 밝은 음악]


이지은: 안녕하세요, '안개 속을 걷다'의 이지은입니다! 여러분,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신 게 뭐예요? 저는 날씨 앱부터 켰어요. 비 올 확률 40%. 이거 참... 40%라니!


대체 40%가 뭔 말이죠? 우산을 챙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저는 결국 가방에 우산을 쑤셔 넣고 나왔는데요. 지금 창밖을 보니 햇살이 눈부셔요. [웃음] 아이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 인생이 다 이래요. '이 회사 지원하면 붙을까?', '이 사람이랑 결혼해도 괜찮을까?', '지금이 집 살 타이밍인가?'... 매일이 물음표투성이죠.


어제 한 청취자분이 이런 메일을 보내주셨어요. "지은님, 저는 10년차 직장인인데요, 지금 회사도 괜찮은데 이직 제안이 왔어요. 옮기면 연봉은 오르는데, 새로운 환경이 맞을지... 이럴 때 확실한 답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말 공감되시죠? 저도 매일 이런 고민을 해요. 우리는 왜 이렇게 확실한 답을 원할까요? 애초에 세상에 확실한 게 있기는 할까요?


[띠링!]


오늘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해보려고 해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불확실성, 그 정체가 뭔지 한번 들여다볼게요.




'비 올 확률 40%.' 이 간단한 숫자 하나에 우리는 왜 이렇게 갈팡질팡할까요? 사실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불확실성의 스펙트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으니까요.


고등학생의 하루를 한번 들여다봅시다. 아침부터 머릿속은 온통 물음표로 가득합니다. '수능에 뭐가 나올까?', '물리 선택이 맞나?', '대학 가면 뭐가 달라질까?' 어른들은 말합니다. 문과냐 이과냐, 이 선택 하나로 인생이 갈린다고. 하지만 정작 무엇이 자신에게 맞는지는 해보기 전까지 알 수 없습니다.


대학에 가면 길이 보일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갈림길이 더 많아졌죠. '전공이 안 맞는 것 같은데...', '복수전공 해야 하나?', '대학원? 취업?' 선택지가 늘어난 만큼 불확실성도 커졌습니다. 더 난감한 건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한다는 겁니다. 1학년 때 각광받던 직종이 졸업할 때쯤엔 '그게 뭐였더라?' 하는 신세가 되기도 합니다.


직장에 다니면 확실해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매일이 도박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올인해도 될까? 상사가 내 노력을 알아줄까? 이직하면 정말 나아질까? 돈 문제는 더 머리 아픕니다. 주식? 부동산? 그냥 적금?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말이 다 다른데,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 뭘 믿고 결정하겠습니까?


아이가 생기면 불확실성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섭니다. 매일 밤 고민합니다. 영어유치원? 숲유치원? 학원 뺑뺑이? 아니면 그냥 놀게 둘까? 자녀 교육만큼 정답이 없는 영역도 없습니다. 옆집 엄마가 극찬하는 학원이 우리 아이한테는 지옥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불확실성은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로 번집니다. 기후변화는 얼마나 심각해질까? 인공지능(AI)이 내 일자리를 빼앗을까?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예측은 점점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기 쉬운 통찰이 하나 있습니다. 모든 불확실성이 똑같은 건 아니라는 겁니다[1,2].


동전을 던져봅시다.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 결과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최첨단 장비로 각도와 속도를 측정한들 달라질 건 없죠. 이런 걸 우연적 불확실성(aleatoric uncertainty)이라고 합니다. 주사위나 복권 같은 것들이죠. 정보를 아무리 모아도 결과를 확실히 알 수는 없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동전 던지기가 정말 '무작위적'(random)인 것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초기 조건을 완벽히 안다면 이론적으로는 예측 가능할 수도 있죠[3].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정보를 얻는 건 불가능하니, 우리는 그냥 이 현상들을 '무작위'라고 부르겠습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종류의 불확실성도 있습니다.


처음 가는 식당을 떠올려보세요. 음식 맛이 어떨지 전혀 모릅니다. 그런데 네이버 리뷰를 읽으면? '아, 대충 이런 스타일이구나.' 실제로 가서 먹어보면? '아, 이런 맛이었구나.' 이렇게 정보를 통해 줄여나갈 수 있는 불확실성을 인식론적 불확실성(epistemic uncertainty)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무지로 인한 불확실성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신입사원이 일을 잘할까? 새로운 교육법이 효과가 있을까? 이 약의 부작용은 뭘까? 이런 것들이 다 인식론적 불확실성입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알아갈 수 있다는 것. '전혀 모르겠다'에서 시작해서 '아마 이럴 거야'를 거쳐 '이제 확실해'까지 갈 수 있습니다.


왜 이 구별이 중요할까요?


우연적 불확실성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공정한 동전을 던지면 앞면이 나올 확률은 언제나 50%입니다. 정보를 아무리 모아도 이 확률은 변하지 않습니다. 반면 인식론적 불확실성은 우리가 줄일 수 있습니다. 노력하면 무지를 지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거죠.


사실 우리는 매일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커피 한 잔, 술 한 잔 하다 보면 점점 알게 되죠. 새 동네로 이사 가면 맛집이 어딘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집 저 집 가보고, 이웃들 얘기를 듣다 보면 어디가 맛집인지 알게 되죠.


바로 여기에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새로운 정보를 만났을 때, 우리의 믿음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얼마나 바꿔야 적절할까요? '전혀 모르겠다'에서 '꽤 확신한다'까지, 그 과정을 어떻게 체계화할 수 있을까요?


이론은 간단합니다. 가설을 세우고, 정보를 모으고, 증거를 평가하고, 믿음을 조정하면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우리의 노력은 곳곳에서 장애물을 만납니다.


우선, 우리가 가진 정보는 늘 불완전합니다. 모든 정보를 모을 수도 없고, 모은 정보가 믿을 만한지도 의문입니다.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날수록 우리는 더 헷갈립니다. 육아 정보를 검색하면 수백 개의 상반된 조언이 쏟아집니다. "울면 바로 안아줘라" vs "독립심을 위해 좀 울려라". 투자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주식을 두고 누구는 "사라", 누구는 "팔아라".


게다가 현실은 너무 복잡합니다. 모든 것이 서로 얽혀 있어서, 하나를 건드리면 전체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습니다. 아이 성적을 올리려고 학원을 보냅니다. 그런데 성적은 학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집안 분위기, 친구관계, 건강, 학습동기... 이 모든 것이 뒤엉켜 있습니다.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 실적이 좋아도 주가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이 재채기하면, 중동에서 전쟁이 나면,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으면...


더 큰 문제는 원인과 결과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4]. 두 사건이 함께 일어난다고 해서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건 아닙니다. 여름이면 아이스크림 판매량과 익사 사고가 함께 늘어납니다. 그렇다고 아이스크림이 익사의 원인일까요? 물론 아닙니다. 더운 날씨 때문에 아이스크림도 많이 먹고, 물놀이도 많이 가는 거죠.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우리의 판단에는 체계적인 편향(bias)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뇌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빠른 결정을 내리도록 진화했습니다. 생존에는 유리했죠. 하지만 정확한 판단과는 거리가 멉니다[5,6].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보고 싶은 대로 봅니다. 복잡한 계산은 피하고 대충 어림짐작합니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 있습니다. 불확실성을 숨기지 말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확실해!"라고 단언하는 대신 "한 70% 정도는 그럴 것 같아"라고 말해보세요.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더 정직하고 유연해집니다.





[♪ 차분한 음악]


이지은: 어떠셨나요? 우리가 매일 "확실해!"라고 외치는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불확실한지 새삼 느껴지시죠?


저는 이 내용을 준비하면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아, 모르는 게 당연한 거구나. 불확실한 게 정상인 거구나.' 어쩌면 우리가 불안한 건 불확실해서가 아니라, 불확실한 걸 확실한 척하느라 애쓰기 때문은 아닐까요?


[띠링!]


오늘의 미션! 정말 간단해요. 오늘 하루, 여러분이 "확실해!"라고 말하려는 순간을 딱 한 번만 잡아보세요. 그리고 이렇게 바꿔서 말해보는 거예요. "한 70% 정도는 그럴 것 같아." 신기하게도 이렇게 하면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져요. 꼭 맞혀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거든요.


다음 시간에는 우리의 직관이 왜 자꾸 어긋나는지 그 이유를 파헤쳐볼게요. 우리 조상들에게는 생존 비법이었던 것들이 지금은 오히려 함정이 된대요. 궁금하시죠?


오늘부터 "확실해!"라는 말 대신, "한 70%쯤?"이라고 한번만 말해보세요. 그 작은 변화가 불확실한 세상을 읽는 첫걸음이 될 거예요. 저는 이지은이었습니다.


[♪ 밝은 음악]




참고문헌


1. Der Kiureghian, A., & Ditlevsen, O. (2009). Aleatory or epistemic? Does it matter? Structural Safety, 31(2), 105–112. https://doi.org/10.1016/j.strusafe.2008.06.020

2. Ülkümen, G., Fox, C. R., & Malle, B. F. (2016). Two dimensions of subjective uncertainty: Clues from natural language.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45(10), 1280–1297. https://doi.org/10.1037/xge0000202

3. Stewart, I. (2020). 신도 주사위 놀이를 한다 (장영재 역). 북라이프. (원서출판 2019)

4. Pearl, J., & Mackenzie, D. (2018). The book of why: The new science of cause and effect. Basic Books.

5. Kahneman, D. (2018). 생각에 관한 생각 (이창신 역, 2판). 김영사. (원서출판 2011)

6. Gigerenzer, G., & Gaissmaier, W. (2011). Heuristic decision making. Annual Review of Psychology, 62, 451–482. https://doi.org/10.1146/annurev-psych-120709-14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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