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적 사고로 관리하는 불확실성
[♪ 밝은 음악]
이지은: 안녕하세요, '안개 속을 걷다'의 이지은입니다! 오늘 받은 사연, 한번 들어볼까요?
"지은님, 저는 매일 아침 일기 예보를 3개나 확인해요. 그래도 비가 올지 안 올지 확실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접이식 우산과 비옷을 챙겨요. 가방이 무거워 죽겠는데도 '혹시 모르니까'라는 생각을 못 버리겠어요. 제 친구는 '그냥 맞으면 맞는 거지 뭘 그래'라고 하는데... 저 이상한가요?"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사실 저도 비슷했거든요. 여행 갈 때 '혹시 몰라서' 챙긴 짐이 반이었죠. 옷도 3벌씩, 상비약도 5가지씩... 결국 쓴 건 절반도 안 됐어요.
우리는 왜 이렇게 불확실성을 없애려고 애쓸까요? 그리고 정말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까요?
[띠링!]
오늘의 핵심 질문!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드는 건 아닐까?'
자, 이제 불확실성과 진정으로 친구가 되는 법을 알아볼까요?
불확실성에는 두 종류가 있고(Ep.1), 우리 직관은 그 앞에서 자주 흔들립니다(Ep.2). 대체 이 불확실성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사람들은 대개 불확실성을 없애려고 시도합니다. 방금 사연처럼 우산과 비옷을 모두 챙기거나,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에 대비하려고 하죠. 그런데 여기에 역설이 숨어 있습니다.
지난 시간(Ep.2)에 살펴본 것처럼, 우리 직관은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래서 없는 확실성을 만들어내죠. '이 투자는 반드시 성공할 거야', '우리 아이는 이 학원만 다니면 성적이 오를 거야' 같은 거짓 확신 말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노력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만듭니다.
과도한 준비는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듭니다. 매일 우산과 비옷을 들고 다니는 삶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무거운 가방, 피곤한 어깨, 그리고 정작 필요한 것을 넣을 공간 부족...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려다 보면, 정작 현재를 즐기지 못합니다.
거짓 확신은 더 위험합니다. 불확실성을 인정하지 못해 '무조건 된다'고 믿었다가 큰 손실을 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직전, 많은 전문가들이 '부동산은 절대 안 떨어진다'고 확신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1]
그렇다면 불확실성을 없애려고 애쓰는 대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첫 단계는 우리가 다룰 수 있는 불확실성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는 겁니다.
2002년, 도널드 럼즈펠드(Donald Rumsfeld) 미국 국방장관이 국방부 브리핑에서 흥미로운 구분을 제시했습니다[2]. 우리가 모르는 것(unknowns)을 두 가지로 나눈 겁니다. '알려진 무지(known unknowns)'와 '미지의 무지(unknown unknowns)'. 이 구분을 Ep.1에서 배운 불확실성의 유형과 연결해 해석해보면, 불확실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알려진 무지는 우리가 확률을 부여할 수 있는 불확실성입니다. 동전을 던질 때 앞면이 나올 확률 50%, 주사위에서 6이 나올 확률 1/6, 룰렛에서 빨간색이 나올 확률 18/37... 이런 것들이죠. Ep.1에서 말한 우연적 불확실성이 모두 여기에 속합니다. 줄일 수는 없지만, 확률은 알 수 있으니까요.
인식론적 불확실성 중에서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들도 알려진 무지에 속합니다. 처음 가는 식당이 맛있을지는 모르지만, '맛있을 확률 60%' 같은 추정은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무엇에 대해 확률을 매기는지 우리가 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알려진 무지, 특히 인식론적 불확실성을 다루는 방법입니다. 어떻게 하면 합리적으로 확률을 추정하고, 새로운 정보를 얻었을 때 그 확률을 적절히 수정할 수 있을까요?
새로운 동료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처음엔 50대 50으로 판단했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약속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모습을 보니 신뢰도가 70%로 올라갑니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성실히 완수하는 걸 보고는 85%로 올라갑니다. 반대로 작은 거짓말을 하는 걸 발견하면 다시 60%로 떨어지겠죠.
이렇게 증거에 따라 믿음을 조정하는 것. 이게 우리가 배워야 할 핵심 기술입니다. '절대 믿을 수 없어'나 '완전히 믿어' 같은 극단적 판단보다 '현재로서는 75% 정도 신뢰해'라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하지만 미지의 무지도 있습니다. 우리가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것들이죠. 흥미로운 건 이게 사람마다 다르다는 겁니다. 전문가에게는 알려진 무지가 일반인에게는 미지의 무지일 수 있습니다.
2019년 말, 대부분의 사람들은 COVID-19 같은 팬데믹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대규모 팬데믹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었죠[3]. 전문가들에게는 알려진 무지였지만, 우리 대부분에게는 그런 가능성 자체를 생각하지 못한 미지의 무지였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20년 1월까지만 해도 마스크 대란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일상을 상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죠.
미지의 무지는 확률로 다룰 수 없습니다. 확률을 매길 대상 자체를 모르니까요. 이런 영역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충격에 빠르게 회복하는 능력,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적응하는 유연성 같은 것들이죠. 마지막 에피소드(Ep.32)에서 이런 접근법을 간단히 소개하겠지만, 이 책의 주요 주제는 아닙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보죠. 날씨 예보가 '비 올 확률 40%'라고 할 때, 이건 알려진 무지입니다. 완벽한 대비책은 없지만, 합리적인 선택은 가능합니다. 간단히 계산해볼까요? 우산을 들고 다니는 불편함을 10점, 비를 맞는 불쾌함을 30점이라고 해봅시다. 그럼 우산을 안 가져갔을 때 예상되는 손실은 40% × 30 = 12점이 됩니다. 우산을 들고 다니는 불편함(10점)보다 크니까, 우산을 가져가는 게 합리적이죠.
물론 매번 이렇게 계산하며 살 수는 없죠. 하지만 이런 사고방식은 도움이 됩니다. (이런 확률적 의사결정은 시즌 3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확실하지 않으니 모든 것을 준비하자'나 '에라 모르겠다, 운에 맡기자'보다는 '불확실하지만 이 정도 확률이라면 이렇게 대응하는 게 합리적이야'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특히 중요한 건 새로운 정보에 따라 판단을 수정하는 겁니다. 아침에는 비 올 확률이 40%였지만, 점심때 구름이 걷히는 걸 보고 20%로 낮출 수 있습니다. 반대로 먹구름이 몰려오면 70%로 높이겠죠. 이렇게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비가 온다/안 온다'는 이분법적 사고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런 확률적 사고는 더 중요한 결정에도 적용됩니다. 이직을 고민한다면, '성공할 것이다/실패할 것이다'가 아니라 '현재 정보로는 성공 확률이 60% 정도'라고 생각해보세요. 면접 과정에서 얻는 정보에 따라 이 확률을 계속 조정하면 됩니다. 회사 분위기가 좋으면 70%로, 업무 강도가 너무 세면 50%로...
이렇게 하면 '완벽한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리자'는 마비 상태도, '일단 질러보자'는 무모함도 피할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도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거죠.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우리 직관은 여전히 확실성을 갈구하고, 사회적 압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얼마나 확신해?'라는 질문에 '한 70% 정도'라고 답하면 우유부단해 보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건 약함이 아니라 지혜입니다. '모른다'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배울 수 있고, '70% 정도로 본다'고 말할 수 있을 때 나머지 30%에도 대비할 수 있습니다.
확률로 표현하고, 증거에 따라 수정하며, 알 수 없는 건 알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것.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우리가 이미 매일 하고 있는 일입니다. 다만 조금 더 의식적으로 할 뿐이죠.
[♪ 차분한 음악]
이지은: 어떠셨나요? 불확실성을 없애려고 애쓰기보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게 더 현명하다는 거, 이제 와닿으시나요?
저는요, 이제 여행 갈 때 짐을 훨씬 가볍게 싸요. '혹시 필요하면 현지에서 사지 뭐'라는 마음으로요. 우산도 하나만 들고 다니고요. 비를 맞으면 맞는 거죠. 그게 또 추억이 되더라고요. [웃음]
[띠링!]
오늘의 미션! 이번 주에 '불확실성 다이어트' 해보기!
1. 매일 챙기는 '혹시 몰라서' 물건 하나 줄이기
2. 100% 확실해질 때까지 미뤄둔 일 하나 시작하기
3.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하기 (최소 하루 한 번)
작은 실천이지만, 이런 게 쌓이면 불확실성과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다음 시간에는 더 재미있는 주제로 찾아올게요. 바로 '확률'이라는 도구에 대한 이야기예요. 수학 싫어하시는 분들, 걱정 마세요! 우리가 매일 쓰는 '아마도', '거의', '조금' 같은 말들이 사실은 다 확률이거든요.
"모르겠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게 불확실성과 친구가 되는 첫 번째 악수예요. 저는 이지은이었습니다.
[♪ 밝은 음악]
참고문헌
1. Shiller, R. J. (2008). The Subprime Solution: How Today's Global Financial Crisis Happened, and What to Do about It. Princeton University Press.
2. Department of Defense. (2002, February 12). DoD news briefing - Secretary Rumsfeld and Gen. Myers. https://web.archive.org/web/20160406235718/http://archive.defense.gov/Transcripts/Transcript.aspx?TranscriptID=2636
3. Gates, B. (2015). The next epidemic — Lessons from Ebola.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72(15), 1381–1384. https://doi.org/10.1056/NEJMp1502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