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있던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 이유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를 한 문장으로 말하라면,
아마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살아 있고 싶어서였다.
군 생활 중, 나는 오른쪽 복숭아뼈에 큰 부상을 입었다.
그전까지 운동은 내 삶의 중심에 가까운 것이었다.
구기 종목을 즐겼고, 땀을 흘리는 시간이 나를 버티게 했다.
몸을 움직이는 일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내가 나답게 살아 있다는 증명이었다.
하지만 부상 이후, 그 모든 것이 멈췄다.
예전처럼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훨씬 큰 공백으로 다가왔다.
운동을 멀리할수록 몸보다 먼저 마음이 무너졌다.
하루는 흘러가는데,
나는 그 하루 안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한 기분이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웃고, 일하고, 말을 하고 있었지만
어딘가 텅 비어 있다는 느낌이
조용히 나를 잠식해 가기 시작한 게.
어느 날, 특별할 것 없는 공원에서
달리는 사람들을 보았다.
빠르지도 않았고, 잘 달리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저 각자의 속도로 길을 지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오래 눈에 남았다.
‘나도 저렇게 움직일 수 있을까?’
그 질문은 기록이나 목표가 아니라,
존재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달리기는 잘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다시 나를 느끼기 위해 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그래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대단한 결심도, 거창한 계획도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마음만은 분명했다.
이대로 멈춰 있고 싶지는 않다는 것.
처음 달리기는 어색했다.
숨은 금세 가빠졌고,
몸은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낯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불편함 속에서 위안을 느꼈다.
숨이 차고, 심장이 뛰고,
다리가 무겁게 바닥을 딛는 그 순간만큼은
내가 분명히 살아 있다는 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건강도, 다이어트도, 기록도 아니었다.
그저 무너진 나를
조금씩 다시 일으켜 세우고 싶었을 뿐이다.
지금도 나는 빠르지 않다.
완벽하게 달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달리기를 시작한 그날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완전히 멈춰 있지는 않다.
달리기는 나를 단련시키기보다
나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그 움직임 하나가
내 삶을 다시 흐르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달린다.
더 잘 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속 살아 있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