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원래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by 박준식

나는 원래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달리기를 좋아했고, 구기 종목도 즐겼다.
모든 운동을 잘하지는 못했지만
몸을 쓰는 일 자체를 좋아했다.
땀을 흘리며 숨이 차오르는 순간들이
내 삶의 일부였다.
그러다 부상을 입었다.
오른쪽 복숭아뼈였다.
수술과 재활이 이어졌고,
그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몸은 회복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마음은 점점 지쳐갔다.
움직이지 못한다는 사실보다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더 나를 힘들게 했다.
부상 이후의 시간은
하루를 버티는 연속이었다.
몸을 아끼는 일은 곧
마음을 눌러두는 일이 되었고,
나는 조금씩 나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햇볕이 유난히 좋던 날에
아무 생각 없이 공원에 갔다.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날이었다.
벤치에 앉아 주변을 바라보다가
달리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의 발걸음은 특별하지 않았다.
빠르지도 않았고, 화려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장면이 오래 남았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나도 뛰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그러나 곧 알았다.
뛰고 싶다는 마음과
뛸 수 있다는 몸 사이에는
아직 긴 거리가 남아 있다는 것을.
그날 나는 달리지 못했다.
그저 앉아서 바라보기만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이후로
내 안에서 아주 작은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달리기를 다시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기록을 위해서도,
변화를 증명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다시 나를 느끼고 싶었다.
숨이 차오르고, 심장이 뛰고,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감각을
몸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이 연재는
잘 달리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멈춰 있던 한 사람이
다시 움직이기까지의 시간,
그리고 그 움직임 속에서
자신을 다시 배우게 된 기록이다.
나는 달리기를 통해
속도보다 리듬을 배웠고,
완벽함보다 지속을 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다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이 글들은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어딘가 멈춰 서 있는 느낌이 드는 사람,
다시 시작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움직여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조용히 건네는 이야기다.
나는 지금도 달리고 있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달리며,
나는 나를 배워가고 있다.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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