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흐트러질 때, 마음도 무너진다

숨이 흐트러질 때, 마음도 무너진다

by 박준식

달리기를 하다 보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다리가 아니다.
숨이다.

조금만 무리해도
호흡이 먼저 흐트러진다.
숨이 짧아지고,
가슴이 조급해지며,
생각이 복잡해진다.

신기하게도 그 순간,
몸보다 마음이 먼저 흔들린다.
“왜 이렇게 힘들지?”
“오늘은 컨디션이 왜 이래?”
숨이 가빠질수록
마음은 더 빠르게 앞질러 간다.

처음에는 그게 단순히
체력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달리기를 계속하면서
조금씩 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호흡은
몸의 상태를 드러내는 동시에
마음의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불안한 날은
숨이 얕았다.
생각이 많은 날은
호흡이 자꾸 끊어졌다.
반대로 마음이 차분한 날은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숨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때부터 나는
속도를 조절하기보다
호흡을 먼저 살폈다.
“지금 숨이 어떤가.”
그 질문 하나가
달리기의 방향을 바꿨다.

숨이 흐트러질 때는
속도를 줄였다.
멈추지 않아도 괜찮았다.
천천히,
숨이 다시 길어질 때까지
리듬을 낮췄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걸 하나 배웠다.
달리기는 밀어붙이는 일이 아니라
귀 기울이는 일이라는 것.

몸은 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다만 내가
그 신호를 무시해왔을 뿐이다.
호흡은 그중에서도
가장 정직한 신호였다.

숨을 고르자
마음도 함께 가라앉았다.
조급함은 사라지고,
발걸음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그날 이후
달리기는 더 이상
버티는 시간이 아니었다.

삶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이 가빠질 만큼
무언가를 서두르고 있을 때,
우리는 이미
마음의 균형을 잃고 있는지도 모른다.

달리기를 통해 나는
호흡을 배우는 법을 배웠고,
그 호흡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되었다.

힘들 땐
조금 늦춰도 된다.
멈추지 않아도 된다.
숨만 다시 찾으면 된다.

숨이 돌아오면
마음도 돌아온다.
그리고 그때,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나는 이제 안다.
숨을 다스릴 수 있다는 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는 뜻이라는 걸.

그래서 오늘도 달린다.
속도를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숨과 마음을
다시 맞추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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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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