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도 인생도 결국은 페이스의 문제
달리기를 하며 가장 늦게 배운 건
의외로 ‘속도’였다.
처음에는 빨리 달리고 싶었다.
숨이 차도, 다리가 아파도
조금만 더 버티면
어제보다 나아질 거라 믿었다.
그게 성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날의 끝은 늘 비슷했다.
몸은 무거워졌고,
마음은 쉽게 지쳤다.
속도를 높일수록
달리기는 점점 부담이 되었다.
어느 날은
유난히 숨이 가빴다.
무리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미 페이스가 앞서가고 있었다.
그때 문득
7회차에서 배운 호흡이 떠올랐다.
‘지금 이 속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걸까?’
나는 그날
처음으로 의도적으로 속도를 낮췄다.
누군가에게는
걷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천천히 달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끝까지 갈 수 있었다.
숨은 끝까지 이어졌고,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달리고 나서도
지쳤다는 느낌보다
정리되었다는 감각이 남았다.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속도는 실력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을.
나에게 맞는 속도는
가장 빠른 속도가 아니었다.
가장 오래
나를 데리고 갈 수 있는 속도였다.
그 이후로
나는 달리기를 할 때
늘 나 자신에게 묻는다.
“지금 이 페이스,
내 하루와 잘 어울리는가.”
피곤한 날은
속도를 낮췄고,
마음이 복잡한 날은
더 천천히 달렸다.
컨디션이 좋은 날도
굳이 무리하지 않았다.
그 선택들은
달리기를 꾸준하게 만들었고,
삶의 리듬도 바꿔놓았다.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종종
너무 빠른 속도로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남들과 같은 시점에
같은 결과를 내야 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삶에는
정해진 페이스가 없다.
각자에게 맞는 속도만 있을 뿐이다.
달리기를 통해 나는
늦어도 괜찮다는 걸 배웠다.
천천히 가도
방향만 맞으면
결국 도착한다는 것도.
이제 나는
속도를 증명하지 않는다.
리듬을 지킨다.
그 리듬이
나를 내일로 데려다줄 거라는 걸
믿기 때문이다.
나에게 맞는 속도를 찾는다는 건
나를 존중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존중은
달리기뿐 아니라
삶 전체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오늘도 나는
나만의 페이스로 달린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
멈추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