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새벽, 나는 또 하나의 문을 넘었다

흐린 하늘 아래에서 떠올린 석사학위의 시간들

by 박준식

어둡고 흐린 새벽이었다.
빛은 아직 올라오지 않았고, 길 위는 유난히 고요했다.
오늘은 달리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발걸음 소리와 호흡만 또렷하게 들리는 시간.
조용해서 좋았다.
누군가의 속도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 적막 속에서 문득 떠올랐다.
얼마 전, 석사학위를 마쳤다는 사실이.
길게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과제를 붙잡고 고민하던 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학기들,
묵묵히 쌓여가던 하루하루.
특별한 장면은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달리기와 참 닮아 있다.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 보여도
매일 반복하는 시간이 결국 나를 다른 자리로 옮겨 놓는다.
오늘 새벽은 흐렸지만
마음은 오히려 맑았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성취가 아니라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낸 결과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는 또 하나의 문을 넘었다.
그리고 다시, 조용히 앞으로 간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명절도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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