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해초의 태초

해초도 손과 발이 있다.

by 박마이

해초가 살던 바다, 바닷물 속은 갑자기 깊어지는 곳이었다. 해초는 바위에 견고하게 붙어서 그러나 간신히 살고 있었다. 바위는 아래와 위로 확장되어 있었고 동그랬다. 단단했고 컸기 때문에 해초는 바위에 박힐 수 있었다. 그러나, 해초는 바위가 박혀있는 해초를 빼 버리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건 바위와의 신체적 접촉으로 자연히 통하는 것이었다. 마치 무선 보조배터리 위에서 핸드폰이 접촉만으로 충전되듯. 바위는 해초를 뺄 손과 발이 없었기 때문에 해초는 바위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박혀있을 수 있었으나, 이내 박혀있기를 포기하고 싶어졌다.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해초는 여러 개의 손 중 하나를 내밀어 바위를 디디고 박힌 몸을 빼냈다. 빼내는 처음 3초간은 바위와의 마찰로 매우 뻑뻑하여 땀까지 해초의 손에 맺혔지만 3.0000000000001초부터 미끄덩하고 몸이 다시 빠져나왔다. 마치 엄마의 질에서 액체 가득히 미끄러지며 빠져나온 아기처럼.


해초는 바닷물 안에서 고운 모래를 딛고 성큼성큼 걸었다. 해초에게는 10개 이상의 손과 발이 있었기에 당당했고 외롭지 않았다. 수족이 많아 바닷물의 기세를 몰고 빨리 헤엄칠 수 있었다. 해초가 담겨 있던 바닷물의 색은 남색에 보라색 2방울을 섞은 색이었다.


모래가 보기에 해초의 수족은 바닷물의 부력에, 해초의 뇌수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해초의 손과 발은 흥겨움에 겨워 걸으며(헤엄치며) 자꾸만 떨었다. 모래는 그것을 보며 자기 몸 위를 지나갔던 옛날 자동차 진동의 달달거림을 떠올렸다. 해초에게는 색깔, 호기심,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욕구, 자주적인 춤사위, 마르지 않을 싱그러움이 있었다.


해초는 무인도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