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의 이름을 짓는 것은 호모사피엔스에게만 중요하다.
해초는 무인도의 이름을 몰랐다. 알고 싶지도 않았고,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무인도의 이름을 짓는 것은 영장류의 일종인 호모사피엔스에게나 중요한 것이었다.
섬에는 구멍이 뚫린 검은색, 회색의 돌들이 수백개가 있었다. 바닷속에서 표류했던 해초는 그 돌 위로 두 다리를 크게 뻗으며 걸어갔다. 해초는 돌을 보며 자신이 박혀있던 바위를 떠올렸다. 바위에 박혀있던 자신이 남긴 구멍과 발밑의 돌의 구멍의 형태가 유사했다. 돌의 구멍을 보고 있으면 구멍 안에서 해초가 바위에 박혀있던 구멍이 튀어나왔다. 구멍은 구멍을 거듭했다.
문득, 있었던 곳에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바위에 얌전히 박혀 있으며 지나가는 멸치 떼를 보고 멸치가 몇 마리인지 세었던 날이 어느새 과거가 된 것이 새삼스러웠다. 해초는 피부가 간지러웠다. 과거의 기억을 배낭 속에 넣고 지퍼를 끝까지 잠근 후 양쪽 어깨에 메고 표류할걸. 그럼 과거를 이 섬까지 가지고 올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배낭에 들어간 과거도 현재가 될 수는 없다. 배낭에 들어간 순간 과거는 지나간 시간이 되는 것이다.
바닷가에서 육지 쪽으로 바람이 불어 공기가 짜고 습했다. 바닷바람에 해초의 눈앞이 흐려졌다. 구름은 딱 1개 있었는데, 천사가 지나가다 흘리고 간 솜사탕 실타래처럼 얇고 넓게 퍼져있었다. 천사도 참 칠칠하지 못하다.
돌을 넘으며 언덕을 올랐다. 해초는 이 섬의 크기를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다. 시야의 절반은 파란색으로 면적이 채워진 바다와 그 끝에 도달한 완벽한 직선의 수평선이었고, 절반은 아무 말도 할 줄 모르는 돌들과 서로 간격을 두고 거리두기를 하는 나무들이었다.
나무들은 하나같이 자다 일어난 지저분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는데, 초록색과 보라색이 섞인 그 머리는 멋대로 꼬불꼬불했다. 해초는 나무들끼리 사이가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도 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것이 이상했다. 해초가 나무에게는 말 시키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해초의 발에 느껴진 차가운 촉감에 놀라 아래를 보았다. 발이 차가운 웅덩이에 퐁당 들어가 있었다. 해초가 물을 보았을 때, 물도 해초를 보았다. 가만히 응시하니, 물속의 눈이 해초를 보고 있었다. 해초는 자신은 눈이 없는데도, 물속의 눈이 나의 눈을 보아서 놀랐다.
눈이 있는 생물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눈이 없는 해초는 상상할 수 없었다. 눈을 가진 생물은 레몬 빛 노란색이었다. 크기는 해초의 1/4 정도였다. 투명한 지느러미가 얇은 천처럼 움직였다. 최신형 카메라로 찍은 연속 사진처럼 빠르지만 분주하지 않게, 가볍게 움직이는 꼬리의 주인은 작은 금붕어였다.
“수영하는 중이야?” 해초가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