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금붕어는 도는 것을 좋아한다.

그건 내가 조절할 수 없게 커지고 파괴하는 거야.

by 박마이

해초의 물음에도 금붕어는 웅덩이를 테두리를 따라 계속해서 빙빙 돌았다. 마치 도는 것을 마치면 살지 못하는 생물처럼 돌기만 했다.


“수영하는 중이야?” 해초가 다시 물었다.


노란색의 금붕어는 대답 대신 해초를 3초간 응시했다.


“숨 쉬는 중이야. 수영은 나한테 숨 쉬는 것과 똑같아.”

“돌지 않고 서 있으면 되잖아.”

“돌지 않고 서 있는 것이 도는 것보다 나은 줄 모르겠어. 나는 도는 게 좋아. 내 전부인 웅덩이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는 중이야.”


웅덩이에는 바다로 통하는 샛길이 조그맣게 붙어 있었다.


“저기 샛길로, 바다로 나가.”

“나는 도는 게 좋아.”


정적이 흘렀다. 해초는 스스로 금붕어를 들어 올려 바다로 옮겨주는 상상을 했지만 아무래도 금붕어는 원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날씨가 좋구나.” 금붕어가 도는 것을 멈추고 말했다.

“넌 왜 여기로 왔어? 말하고 싶지 않으면 안 말해도 돼.” 해초가 말했다.

“나는 큰 생물체의 집에서 살았어. 거기에는 이 웅덩이처럼 생긴 공간이 있었어. 그 공간의 이름이 뭐더라. 어항. 어항에 살았어. 어항에서 가만히 밖을 쳐다보다가 하루는 어항 밖이 궁금한 거야. 어항 밖에서 살면 물속에서 숨 쉬듯 숨 쉬면 되나? 물속에서 사는 것과 시야가 똑같이 보일까? 어항 밖으로 나가면 나에게도 다리가 생기나? 이런 질문들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랐어. 그래서 그날부터 물속에서 물 밖으로 제자리 점프를 했어. 점프 후 1초간 내 피부가 물 밖의 공기와 닿았을 때, 세포가 놀라는 그 느낌이 내 촉수를 타고 흐르는 거야. 그래서 매일같이 점프했어.”

해초는 금붕어가 생각보다 말을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그 생물체가 나를 다른 어항으로 옮기고, 한참을 깜깜한 곳에 두더니, 해방해줬어. 깜짝 놀라 무작정 헤엄쳤는데, 그곳이 바다였어.”

“그러면 여기는 왜 왔어?”

“바다를 빠른 속도로 헤엄치는데 자꾸 그 소리가 머릿속에 맴돌았어. ‘금붕어는 바다에 방생하면 안 된다. 금붕어는 바다의 해다.’ 나 같은 존재는 바다에 가면 크기가 커져서 다른 생물들을 파괴한다는 거야. 무서워서 여기로 들어왔어. 나는 누구도 파괴하고 싶지 않아.”

해초는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지 고민했다.

“네가 조금 먹고 크기를 안 키우면 괜찮지 않을까? 아니면, 크기가 커져도 다른 생물을 파괴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방법도...”

“그건 내가 조절할 수 없게 커지고 파괴하는 거야. 이유는 나도 몰라.”


해초는 금붕어의 눈을 보면 머리가 아플 것 같았다. 그래서 하늘을 봤다. 천사가 남긴 솜사탕 실타래는 아직도 하늘에 흘려져 있었다. 금붕어는 다시 돌기 시작했다.


“잘 가.”


“너도. 웅덩이에서 길을 헤매지 않도록 조심해.” 해초는 고심하여 금붕어에게 할 수 있는 작별의 말을 꺼냈다.


해초는 모래알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다시 바위들을 넘었다. 모래알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에 집중하는 것은 장소에서 해초를 떼어놓고, 해초가 혼자만의 방에 들어가게 했다. 사방이 열린 섬에서 나만의 방을 찾아 해초는 뿌듯했다. 모래알의 소리는 해초의 방에서 들렸지만, 방에는 그 소리를 만드는 다른 존재가 있었다.


해초는 놀랐다. 거북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