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을 낳을 수 없어져서 알을 찾아야 한다.
짙은 녹색의 피부가 움직였다. 견고한 밀도를 지니고 쌓아 올려진 등딱지, 그것을 지고 산다는 것을 거북이는 알까. 거북이의 뒷모습에서 등딱지에 붙은 꼬리가 달랑거렸다. 검은 구멍들이 박힌 현무암을 한 발씩 밟으며 거북이는 움직였다. 목적지는 무인도의 정상일까, 무인도의 바깥 바다일까, 해초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목표가 있다는 것만은 확신했다.
촉촉하고, 자잘한 주름이 있는 피부의 촉감을 욕망하여 해초는 종종걸음으로 쫓아가 거북이의 뒷다리와 등껍질 사이 구석진 피부에 육체를 갖다 대었다. 차갑고 물컹한 감촉을 느낀 거북이는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돌리다, 돌리다, 이내 몸을 회전하여 해초와 얼굴을 마주했다.
“아, 아, 이..” 거북이의 입에서 미끄러운 소리가 났다. 거북이의 눈은 초점이 없었고, 정신은 다른 세계로 이미 멀리 여행을 떠나 있어, 이 세계에서 다른 누군가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어디로 가고 있는 거니, 무언가 찾고 있는 거니”
해초는 거북이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외적으로는 거북이에게서 상당한 연륜이 느껴졌으나, 선명한 질문 뒤에서 대답을 위한 시간을 견디고 있는 거북이에게 그 연륜은 아무런 힘이 되어 주지 못했다. 정신적 혼미는 흘러넘쳐 거북이의 육체를 건드렸고, 그녀는 자꾸만 허둥대고 넘실대는 동작을 취했다. 세상에 태어나기 위한 대가로 신에게 호기심을 지불해 생기를 잃어버린 신생아 같았다.
“이리로 가면 나온다고 했는데.”
“뭐가?”
“알이. 나는 알을 찾고 있어.” 거북이에게 안광이 보였다.
“알을 찾아야 하는데, 보이지 않아. 바다를 끝없이 헤엄칠 때 분명 주변에서 무인도에 가면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조개도, 고래도, 다랑어도 그랬어. 불가사리도.”
“네가 낳은 알을 누가 가져간 거야?”
“아니. 우리 거북이들은 알을 낳지 않아. 옛날 옛적에는 안 그랬는데, 점점 알을 안 낳게 되었어. 우리는 알을 낳을 수 없게 되었어. 그러니깐, 알을 찾아야 하는 거야.”
해초는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이야?”
“말한 그대로야. 알을 낳을 수 없어져서 우리는 알을 찾아야 한다. 그게 다야.”
태양이 뜨겁게 거북이의 등껍질을 향해 눈총을 쏘았다.
“더워. 하루하루 지날수록 더 더워.”
거북이의 주름진 눈에 응달이 번져가는 어둠이 보였다. 날카로운 햇빛과 대비되었다.
거북이는 무겁고 느리게 발을 옮겼다. 소리 없는 느림은 무인도의 침묵 속에서 녹아 질펀한 액체가 되어 나무 잎사귀에, 현무암의 구멍에, 노란 모래가루에 떨어질 것이었다. 해초는 침묵의 뒷모습을 보며 그 사실을 목도하고 피부로 느꼈다.
거북이의 모습이 서서히, 완전히 사라지고 해초는 모래에 몸을 비볐다. 자꾸 움직였다. 몸을 움직여 거북이 눈가의 응달을 털어내고자 했다. 몸을 움직이다, 잠깐 눈을 감으면 각자의 무인도에서 각자의 알을 찾고 있는 거북이들이 낱낱이 맴돌았다.
*
해초는 파도가 다정하게 서로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선잠에서 깨어났다. 몸을 움직이다 지쳐 잠들었던 것이다.
가만히 몸을 일으키고 모래에 썼다.
하나, 금붕어, 거북이
둘, 누가, 왜
셋, 무인도 밖은
넷, 나는, 내가 생겨난 자궁으로 들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