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하얀 접속

혼잣말

by 박마이

8년 전 겨울, 그곳에 다녀왔다고 아무리 말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기에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그곳에 다녀왔다는 것은 명백한 진실이기에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답답함은 마음속에 두껍게 쌓여만 갔다. 쌓인 무언가가 배출되지 못하는 것은 밀도 높은 괴로움이기에 글로서 뱉어놓고자 한다. 그 당시의 기억이 이미 삭기 시작했지만, 더 늦기 전에 생생하게 남길 필요성이 있다. 적어도 나는 있다고 느낀다.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으로 넘어가는 1월이었다. 당연히 두꺼운 외투를 입어야 할 정도의 추운 날씨였지만, 바깥바람을 쐬자마자 코끝이 빨개질 정도로 뼛속까지 시린 날씨는 아니었다. 당시 나의 친구들은 그 계절, 그 학년의 학생들이 그렇듯, 졸업을 앞두고 방학을 맞아 마음이 온종일 붕 떠있고, 발길에 차이는 흙이 바람에 날아가는 것만 봐도 산만해져 정신을 못 차리는 말장난을 하며 잇몸을 드러내며 웃곤 하였다.

그곳에 동화되고자, 나도 친구들과 있을 때는 “흙이 너 좋아하는데?”, “야, 우리도 흙 안 튀기고 조심히 걸어보자” 따위의 말을 보태며 재밌어서 히죽거리기도 하고, “우리는 죽어서 모두 흙이 되지.” 따위의 혼잣말을 속으로 중얼거리곤 했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것은, 나의 불변적 특성이자 나라는 개체의 본질이었다. 나를 성립시키는 것이자, 하지 않으면 나에게 병을 도지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친구들과 있을 때, 혼잣말을 철저하게 숨기며 속으로만 중얼거렸는데, 중고등학생의 또래 문화에서 나의 혼잣말은 너는 우리와 다른 사람이구나, 를 느끼게 할 요소가 충분히 다분한 것들이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죽어서 모두 흙이 되지”라는 말 따위도, 엄마에게나 할 수 있는 말이지, 친구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것, 나의 비밀 같은 것이었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나의 특성이 나를 그곳에 다녀오게 하였을까? 때론 인생에 이렇게 필연적인 것이 무심코 주어지기도 하는 것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