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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재 이진주 Mar 19. 2024

마음은 무엇이며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마음의 평화

사람은 살아가면서 “마음” 때문에 속상해하기도 하고 즐거워하기도 한다. 우리 삶에서 마음은 희로애락과 사계절을 담고 있는 것 같다. 한결같은 마음이라고도 하지만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 다양하고 주관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어쩜 마음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그 삶의 성패를 가르기도 한다는 것이 과언은 아닐 것이다. 도대체 마음은 어떻게 생겼길래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것을 볼 때 분명 살아있음에 틀림없다. 내 마음은 누구도 볼 수 없고 상대의 마음도 알 수가 없다.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은 엄청난 힘을 느끼게 하고 생사를 가를 만한 파괴력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 마음은 사소한 것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또는 위로를 받기도 하기 때문에 병 주고 약 주는 것이 마음일까? 도대체 마음은 우리 몸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나는 얼마 전에 마음이 너무 안 좋아서 며칠 동안이나 속상해한 일이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머리 때문이었다. 사람에게서 가장 먼저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은 머리(두발)와 구두라고 했다. 나는 오랜 직장생활에서 몸에 밴 생활 태도 이기도 했다. 그래서 최소한 20일 이내에 머리를 깎고 매일 머리를 감고 젤을 바른다. 그리고 매일 구두를 반짝이게 닦아 신고 집을 나선다. 그 둘 중에서도 머리 스타일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하지만 매번 불만족스러운 머리 스타일 때문에 온 동네 미용실, 이발소를 안가 본 곳이 없을 정도다. 그러다가 정읍에 근무하면서 여성 이발사를 만나면서 그나마 높은 만족도를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람이 남에게 내 몸을 맡기는 경우는 병원에서 의사에게 전부를 맡기는 것 외에 보통 머리 손질과 세신, 마사지와 네일아트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남에게 내 스타일을 맡긴다는 것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다. 스타일이 잘 되면 마음도 흡족하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여 다시는 그 매장에 가지 않게 된다. 이것이 요즘 말하는 고객중심의 서비스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매일 또는 매주, 매달에 자기 스타일을 가꾸고 거기에서 만족함을 얻고 삶의 활력도 얻게 되니 스타일을 마음에 들게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추석이 다가오는데 강력한 태풍은 온다고 하고 할아버지 산소에 벌초와 성묘도 해야 하고 마음은 분주하기만 하다. 하필이면 아내와 딸과 손자들까지 코로나 확진으로 자가 격리 중에 있어서 내 생활도 어수선하고 마음이 답답해서 머리나 깎아보려고 미용실에 갔다. 옛 속언에 “하루를 편하려거든 목욕을 하고 일주일을 즐거우려면 머리를 깎아라”는 말이 있다. 마음도 갈팡질팡 하다가 전에 다니던 동네 미용실에 갔더니 손님들이 두 개 체어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정읍 이발소에 일부러 가는 것도 미리 예약을 하고 그 시각에 가서 바로 깎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곳도 별로 지만 정읍까지 갈 형편이 못되니 이번에는 동네에서 깎아볼까 해서다. 망설이다가 마음이라는 것이 나를 부추긴다. 지하에 있는 오래된 이발소에 한번 가보자고 한다. 문이 열렸길래 들어섰더니 이발사가 졸고 있다가 깜짝 놀라면서 “기척이라도 하지 그랬어요?” 한다. 무뚝뚝해 보이고 덥수룩하게 수염을 깎지 않아서 깔끔하지 않아 보이는 이발사는 제법 나이가 들어 보였다. 내가 이 아파트로 이사 와서 얼마 있다가 한번 머리를 깎고 많이 실망하여 두 번 다시 안 왔던 곳이다. 그때 이발사는 30대 중후반정도였었다. 자기 말로 이곳에서 22년을 이발했으니 벌써 60이 다 되어 간다고 했다. 태풍 힌남노탓인지 후덥지근한데도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나를 체어로 앉으라고 하고 숙련된 동작으로 목에 수건을 두르고 천을 씌운다. “어떻게 깎을까요?” 물어보지도 않고 머리빗에 빈 가위질 몇 번 하더니 등 뒤로 가위질 소리가 심상찮게 들렸다. 갑자기 앞을 떨어지는 머리카락 잘린 것이 뭉태기로 떨어진다.” 깜짝 놀라서 너무 많이 자르는 것 아니에요?’ 했더니 “머리가 길어서 엉켜 있어서 잘라야 해요.” 하더니 연속 가위질 소리만 난다. 잘 깎아 주겠지, 전에처럼 몽땅 짧게 자르지는 않겠지, 내 머리 스타일이 있으니 잘 다듬어 깔끔하게 깎겠지 벌써 세월이 20년이 나 지났는데...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는데 그야말로 아연실색이었다. 말문이 막히고 후회가 물밀 듯 마음을 요동치고 있었다. 속상하고 짜증 나고 화가 났다. “너무 짧게 잘른 것 아니에요?” 했더니 “그럼 처음에 얘기하지 그랬어요? 하긴 짧긴 짧네요.”한다. 이게 뭔 시추에이션인가. 어쩌랴. 잘려나간 머리카락을 붙일 수도 없고 마음이 시궁창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몇 번이고 망설이다가 나온 김에 깎는다고 들어선 이발소에서 20년 전 그 기억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말았다. 왜 그곳에 갔을까? 후회막심이다. 내가 기대했던 20년 만의 기술향상은 보지도 못하고 이발요금만 올라있어서 실망을 금 할 수가 없다. 마음을 빨리 체념해야 할 것 같았다. 머리카락은 자랄 것이고 최소한 한 달 뒤에는 스타일을 바로 잡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얀 머리가 많으니 짧게 자르면 더 노인 같고 늙어 보여서 싫었다. 아내도 내 머리를 보더니 어디서 그렇게 잘랐냐고 하더니 차라리 염색이라도 하라고 했다. 아내의 말대로 집에서 염색을 하고 나니 조금 나아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거울을 보면 볼수록 마음은 복잡 미묘한 심정을 숨길 수 없었다. 더 이상 미련을 갖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다시는 이곳을 찾지 않을 것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스타일이란 게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나도 한때는 시니어모델을 해보라는 권유도 받기도 했지만 머리며, 신발이며, 장신구에 옷 입는 것까지 스타일리시하게 하고 다니는 편이다. 낼 모래 요양원에 어머니 면회를 가야 하는데 우리 어머니도 깜짝 몰라보실 것 같아서 더욱 마음이 편하지 않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내 성격상 쉽게 잊히지 않아서 며칠을 마음 앓이를 했다. 이제 앞으로는 멀어도 정읍으로 다니려고 한다. 그 이발사가 예뻐서 가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고객만족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상 미리 예약을 하게 되지만 시간을 잘 지켜주고 고객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이발사이기도 하다. 언제나 어떻게 깎아야 할지 물어보고 시작한다. 자주 오는 고객은 고객의 취향과 스타일을 기억해 주고 최대한 만족도를 높여 주기 때문에 특별한 주문을 하지 않더라도 실패하지는 않는다. 거기에다 가격도 저렴하다. 거스름돈은 꼭 신권으로 준비해서 주니 받을 때 그 가치는 배가된다. 좀 멀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 마음 편한 곳을 찾아다닐 것이다. 사람은 자기중심적인 사회활동을 하기에 특별한 이기주의가 아니라면 개인의 평화를 위해 마음을 이해하고 상처받지 않게 마음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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