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단순한 악기가 아니에요, 이건 뛰는 심장이에요.

연극 <온 더 비트>

by 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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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여름, 처음 이 공연을 봤을 때의 충격이 여전히 선명하다. 작고 더운 TOM 2관에서 마주쳤던 엄청난 경험은 다시 공연이 올라온 올해 나를 다시 극장으로 이끌었다.



<온 더 비트>는 배우 한 명이 온전히 110분을 끌어가는 1인극으로 한 명의 배우에게서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극이다. 이에 2년 전보다 크기가 커진 극장에 작품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TOM에서의 <온 더 비트>와 이해랑의 <온 더 비트>를 다른 느낌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개인적으로 이해랑 극장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분위기와도 잘 어우러진 것 같았다.

특히 벽을 이용한 연출이 꽤 인상 깊었는데 아드리앙이 느끼는 심리 상태를 객석에 앉은 입장에서 함께 공유하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역시 TOM이..



결말을 알고 보는 입장이 되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 더 담담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반대로 더욱 마음 아팠던 시간이었다. 관람하는 내내 아드리앙의 마음에 공감하다 보면 후반부에 다다라서는 쏟은 감정 때문에 또 보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그러나 아드리앙의 모든 것이 담긴 커튼콜을 마주하게 되면 다시 이 작품에게 속절없이 빠져들게 된다. 관람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많이 생각나는 작품이고 드럼이라는 악기를 보면 자동적으로 이 작품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만큼 <온 더 비트>라는 작품이 가진 힘이 대단하다고 느낀다.



작품에 대한 후기를 남길 때 브런치에는 배우의 이야기보다는 전반적인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적으려 노력하는 편인데, 이 작품은 1인극이기도 하고 재연과 삼연을 모두 같은 배우로 관람해서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 듯하다. 처음 관람했을 때도 윤나무 배우가 표현하는 '세실'이라는 캐릭터가 엄청 좋았다.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객들이 이 배우의 세실을 좋아하는데 이번에도 여전히 세실이 좋았다. 목소리와 표정도 참 좋지만 눈빛이 정말 좋은 캐릭터로 눈빛 하나로 아드리앙와 세실을 오가는 연기가 정말 일품이다.



배우가 이끄는 힘도 분명히 있지만 좋은 노래와 연출도 참 좋은 작품이다. 시간과 기회가 된다면 다른 배우가 만드는 아드리앙도 꼭 관람하고 싶은 마음이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온 더 비트>는 내가 느낀 생각과 감정을 글로 표현하기 가장 어려운 작품 중 하나인 것 같다. 온전히 텍스트에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동시에 그런 감정을 느낀 것 또한 얼마나 아름답고 신기한 경험인지에 대한 생각이 든다.

드럼이 아드리앙에게 온 순간의 기쁨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아드리앙이 그의 세상을 온전히 간직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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