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수많은 예술 작품의 제목들 중 가장 강렬한 제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연극은 장기 기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24시간 동안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으로 소설의 작가는 장기 기증에 얽힌 상실과 재생과 회복의 순간에 대한 존경과 예의를 담아내기 위해 이 제목을 선택했다고 한다.
연극은 1인극으로 진행되며 약 110분 동안 한 명의 서술자가 열 명 이상의 등장인물을 연기하며 진행된다. 교통사고로 인해 뇌사 상태에 빠지게 된 소년 시몽과 이런 시몽의 장기 기증을 중심으로 시몽의 가족, 의료진이 겪는 상황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각 인물마다 다른 목소리와 연기로 작품을 진득하게 이끌어 나가는 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인 작품이기도 하다.
무대는 서술사 1명과 테이블 하나, 의자 하나로 구성되어 있어 처음 볼 때는 허전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테이블이 서핑보드가 되고, 자동차가 되고, 수술대가 되고, 한 명의 서술자가 수많은 사람들이 되는 순간을 지켜보고 있으면 1인극의 매력에 누구나 푹 빠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지점이 내가 무대 예술을 좋아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창작진과 관객이 하는 암묵적인 약속이 공연장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순간,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특히 이런 순간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다시 작품 이야기로 돌아와서, 여러 작품을 관람하다 보면 '나를 살게 해주는 작품'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도 이런 작품이 여러 개 있고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라 생각한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이러한 작품들과 비슷한 결이지만 조금 다른 느낌이기도 하다.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공연은 암전 속에서 서술자의 독백과 심장 박동 소리로 시작하고, 중간에 다시 암전 속에서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또한, 심장 박동 소리에 맞춰 조명이 반짝하며 극이 마무리되는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심장소리와 나의 심장소리가 맞춰지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들이 중첩되어 '생(生)'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라 여러 모로 소중한 극이다.
공연을 보고 나오면 로비 바닥에 파도가 펼쳐지는데 파도 소리를 들으며 공연의 여운을 느끼는 순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공연 전 후로 아름다운 정동길을 따라 걸으며 삶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