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팬레터>
누군가가 가장 좋아하는 극이 무엇이냐 물으면 항상 답했던 <팬레터>. 21년 4연에 처음 만났고 사실 공연을 사랑하게 해 준 첫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4연 이후 갈 수 있는 모든 지방공을 따라갔으며 5연이 오기를 아주 오래 간절히 기다렸다. 그만큼 <팬레터>는 나에게 아주 소중하고 의미 있는 극이다.
<팬레터>는 1930년 대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그 시대 문인들의 예술과 사랑을 담은 작품으로 특유의 수려한 대사들과 아름다운 안무와 넘버들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올해는 특히 10주년을 맞는 작품들이 많은데 <팬레터>도 그중 하나이다.
<팬레터>라는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굉장히 많지만 그중에서도 인물들의 관계성과 캐릭터가 어떤 배우로 보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나뿐이 아니라 많은 관객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극의 제목답게 편지라는 매개체를 아주 아름답게 사용하는 극이기도 하다. 편지를 통해 사랑, 존경,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극으로 관람하고 나온 후에 최근 많이 사라진 편지라는 마음이 담긴 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극이기도 하다.
한국의 문인들에게서 다양한 모티브를 따온 극으로 김해진은 김유정을, 이윤은 이상을, 이태준은 소설가 이태준을, 김수남은 시인 김기림을, 김환태는 평론가 김환태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이다.
이 인물들에 해진을 존경하는 작가 지망생인 세훈과 해진의 뮤즈인 히카루를 더해 7인 캐릭터로 진행된다.
학예부장인 태준을 중심으로 해진, 윤, 수남, 환태가 속한 칠인회는 당시 문인들이 활동하던 구인회에서 모티브를 얻은 단체로 구인회와 동일하게 어두운 시대 상황 속에서도 조선어의 수려함과 순수 문학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이다. 실제 문인들의 작품이 크게 언급되지는 않지만 문학과 예술을 사랑한다면 또한, 자신을 살게 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지 <팬레터>에 빠져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극 중 인상 깊게 보아야 할 부분도 칠인회와 연관이 되어있다. 칠인회는 작품 속에서 계속 부원을 모집하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작중 이윤의 대사처럼 단 한 번도 칠 인이 된 적은 없는 단체이다. 그러나 극이 모두 끝나고 커튼콜이 시작되면 일곱 명의 배우들이 모두 등장해 최종적으로 칠인회가 만들어지는데, 이 부분이 관객에게 있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되는 공연 이후 10주년을 기념으로 앵콜 공연을 다시 대학로에서 진행하니, 문인들의 사랑과 예술을 느끼고 싶다면 놓치지 말고 관람하기를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