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만 잘해도 면접은 따 놓은 당상
오랜만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열린 대면 학술대회를 다녀왔다.
참신한 주제뿐 아니라 발표자와 참가자들이 일반교사와 특수교사들로서 통합교육의 관점과 방향 및 교육방법을 함께 공유하는 값진 공유의 장이었다.
교육자들이 일색이기에 보던 사람을 또 보기도 하고, 십수년도 넘게 아주 오랜만에 보아 어디서 본 듯한 얼굴 등 서로 기억이 가물하지만 인사를 하며 추억과 정담을 나누는 휴식 시간도 뜻깊었다. 학술대회의 장점은 낯설지만 흥미로운 주제를 발표한 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교류할 수 있고, 오랜만에 뵌 분들과 친교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행복감 속에서도 마음에 걸리는 것은 매번 내가 먼저 인사하는데도 뜨뜻미지근하게 인사를 받은건지 만건지 모르게 인사를 받는 사람이다. 한두 번이 아니라, 볼 때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하지 않고 얼굴은 웃는데 고개를 빠빳이 세운 채로 인사를 받는다. 간혹 특정 서비스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똑바로 쳐다 보면서 “안녕히 가세요”라고 말만하며 영혼 없이 인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내가 그분보다 나이가 많아서일까. 곰곰이 생각할수록 내가 꼰대 또는 틀딱이 아닌가 고민이 되었다.
이런 경험은 출장으로 간 회의에서도 재현될 때도 있다. 기존 직장에서 조건이 더 나은 직장으로 이동하려고 했던 어떤 젊은이는 내가 다니는 직장에 지원하려고 할 때까지는 내게 너무 친절하게 인사를 하였지만, 그가 원하는 조건이 더 나은 직장으로 이동한 후에는 만나도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반백이 넘은 막내딸에게 늘 겸손한 마음가짐을 강조하시는 팔순 어머님의 가르침으로
지금도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솔선수범하려는 타고난 오지라퍼(오지랖)인 나는
먼저 인사하는 습관이 있어서인지, 상대가 인사를 제대로 응수하지 못하는 것이 여전히 불편하게 느껴졌다.
어느 시험을 막론하고 면접과 관련하여 인사하는 태도와 말씨는 중요하다.
부드러운 말씨는 상대를 존중하는 것으로 느끼게 한다.
적당한 소리로 노크하고, 문을 닫고 인사하는 태도도 그 사람의 행동을 읽게 한다.
압박 면접 내용이 있더라도 응수하는 공격적인 말씨는 조리 있는 내용 자체를 희석시킨다. 압박을 대처하는 태도와 문제해결력을 볼 수 있기에, 공격적인 말씨나 태도에 상대방이 어떠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면접의 결과도 예측이 된다.
때로는 압박 면접을 통해 예측하지 못한 긴장 상황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숨은 인성과 협력의 준비도 등을 평가하기도 한다. 곤란한 질문 속에서도 전문성과 연결된 경험과 긍정성, 극한 상황에서도 예의를 다하는 도리를 눈여겨보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인사를 아무리 해도 상대가 안 받으면 그다음부터 인사를 하지 않았다.
직장에 다닌 후로 철이 들어, 상대가 인사를 받지 않아도 인사할 도리를 지킨다.
상대가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고 내가 예의를 안 지킬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것을 갖추고 있는 사람은 겸손함을 갖고 있다.
인정 결핍과 욕구가 높으면 타인에게 채우기 위해 자랑하려고 애쓴다.
능력이 있으면 남을 가르치려 들지 않으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부드러운 말씨와 태도는 인생을 따뜻하고 풍요롭게 만들며,
예의를 다함으로써 인간관계를 파괴하지 않는다.
이러한 배려는 타인에게만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