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박성민 Jul 28. 2024

노인대학 과제- 엄마의 행복

살아있는 매일이 특별한 날이란다!

미국에 사시는 엄마께서 슈퍼시니어대학 사행시 쓰기 과제가 있으시다며 연락을 주셨다.


양춘가절(陽春佳節) : 따뜻한 봄의 아름다운 절기에 맞추어 재미있는 사행시 쓰기 대회를

개최한다고 하셨다.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있냐고 물어보시는 엄마의 요청에 어릴적부터

부러워했던 성악가 같던 엄마의 소프라노 노래 실력이 모처럼 떠올랐다. 

엄마의 노래 실력을 닮지 못한 유일한 자식으로 음치인 나의 사행시 제안을 다음과 같이 보내드렸다.      


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봄이 오니

향이처럼 젊을 때 들었던 음악에

수도 아닌데 아름다운 노래가

로 흥얼흥얼 나오네!     


나의 대리만족이었다. 나는 평소 엄마의 재능이 아까워서 합창단에서 사람들과 교류도 하시고, 엄마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아름다운 노래로 울려퍼지길 바랬다. 정말 귀한 재능이다. 사람 몸이 악기통이니 말이다.

사람은 미술을 통해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음악을 통해 아름다워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한달즘 지나 사행시 중 엄마의 사행시가 우수 사행시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주셨다.      


양(볕) : 따뜻한 날씨를 타고 봄빛과 봄 향기가 어김없이 찾아왔구나.

춘(봄) : 반갑다 봄이여. 한결같은 봄 친구는 늘 깨달음과 지혜를 나눠 주지.

가(아름다움) : 내 인생의 아름다운 시절, 청춘이 다 지나갔다고 생각했었지.

절(마디) : 빛나는 때가 따로 있나. 노인대학에서의 즐거운 배움, 지금이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네.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나의 사행시가 부끄러웠다. 역시 멋쟁이 할머니는 노인대학에서의 새로운 배움을 만끽하고 계셨다. 막내딸에게 안부를 묻는 문자에도 ‘네가 살아있는 매일 매일이 특별한 날들’이라는 글도 함께 보내주시는 사랑스러운 마미(엄마)이시다.      


마침 우수사례로 함께 선정된 남자 친구의 사행시도 보내주셨다.     


양(볕) : 그 옛날 어렸을 적 양지바른 곳에서 공깃돌 차기, 고무줄 놀이하던 여자 아이들을 괴롭히던 시절이 아스라이 떠오르는 이 감정은 무엇일까

춘(봄) : 입춘이 지나 봄에 파릇파릇하게 돋아나는 보리밭에 저 뛰어놀던 고향 산천

가(아름다움) : 지금은 그때 같이 뛰어놀던 친구들은 다 어디 가고 가을 단풍처럼 물들은 기억에서만 아련히 떠오르는 몇몇 친구들의 얼굴

절(마디) : 절기가 바뀔 때마다 항상 잊혀지지 않는 내 고향 강원도     


찬란했던 시절이 어디 젊은 날 뿐일까. 

잊혀진 적 없는 동심이 노인이 되어서도 절절히 배어 나온다. 

지금 그 마음이 바로 행복이다.      

노인께 오늘도 또 배운다. 


작가의 이전글 5. 야뇨증은 왜 생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