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되고 처음으로, 과 총괄을 맡게 되었다.
공무원이라면 다 알겠지만, 공직사회에서는 '총괄'의 역할이 꽤나 중요하다. 총괄의 역은 명확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주로 과 전체를 조망해야 하는 종합적 자료 작성, 전략 수립 같은 업무를 하고, 과장과 실무자의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해 주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업무의 양, 난이도와 책임도가 실무자들 중에서 가장 크고, 그렇기 때문에 주로 승진 직전에 맡는 역할이기도 하다.
나는 승진하려면 우리 회사 기준으로 4년 정도는 남아 있어서, 총괄을 한다고 내가 딱히 득볼 것은 없기는 하다. 동기들이나 1년 위 선배들 같은 경우에도 아직 총괄을 맡는 경우가 없기도 하고. 사실 지금 연차에 현명한 건 일찌감치 청년유학을 준비해서 나가거나 육아휴직을 하는 것인데, 혼자 외국 나가 사는 건 싫고 결혼 계획도 아직 없으니 어정쩡한 상황이기는 하다. 일찌감치 말과에서 총괄 한다고 승진을 먼저 시켜 주지 않는다는 건 중앙부처 사무관들이라면 다 알 거다.
지금 있는 과의 인력 상황이 어쩔 수 없으니, 과장님은 내가 총괄을 하는 게 좋겠다고 했고 나도 다른 대안이 없어 보였다.
어떤 선배가 3년차인 후배 사무관을 보고, '시키는 대로 다 할 때네' 라고 해서 같이 웃었던 기억이 있다. 나도 6년차가 넘어 어느덧 중고참 사무관이 되고 보니, 예전처럼 시키는 대로 다 하기도 싫고, 일에 내 삶의 대부분을 쏟는 것도 싫다. 일 외의 삶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도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걸 느꼈지만, 그렇다고 24시간 일 생각만 하는 구시대 상사들과는 생각의 근본부터 다르다는 걸 느낀다.
다만 예전보다는 일의 배경이나 목적, 취지 같은 것들이 좀더 보이고, 조직 안팎에 아는 사람도 많아져서 같은 일에 들이는 노력이 좀더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특히 다른 부처로 파견을 가서 많은 일을 제한된 시간 안에 처리하는 법, 보다 높은 시야에서 보는 법 같은 걸 많이 배우고 온 것 같다.
그래서 잘할 수 있을지 우려되기도 했지만, 총괄을 맡겠다고 했다. 걱정이 되는 부분도 많지만, 직접 부딪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일에 대한 열정이 초년차 때만 못하지만, 늘어난 경험과 연륜이 그 자리를 메워 주길 바라면서. 어쨌든 업무에 있어서 점점 정체되고 있는 느낌이 있었는데 좀더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