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해치는 독성 관리자의 특징
직장인에게 새로운 부서로의 배치는 언제나 설렘과 긴장이 교차하는 일입니다.
저 역시 작년 새로운 환경에서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배정된 과의 이름이 들리자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습니다. “거기 부서장이 좀 유별나다며?”, "그 과가 유독 공석이 많이 생긴다던데."
그래도 하고 싶었던 업무를 하는 부서였기 때문에 어려움이 좀 있더라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인사과에서 이미 배정을 끝내 놓았다고 하니, 제가 말을 보탠다고 상황을 바꾸기도 쉽지 않아 보였구요. 가서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새 부서에서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저는 그때 사람들의 우려가 결코 과한 것이 아님을 느끼고 있습니다. 리더십의 결함이 조직을 어떻게 해치는지, 제가 목격한 세 가지 단면을 기록해 봅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실무 전문가입니다. 본인의 업무 능력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합니다. 하지만 비극은 바로 그 ‘유능함’에서 시작됩니다. 리더의 전문성은 팀원의 성장을 돕는 가이드라인이 되어야 하지만, 그에게 전문성은 타인을 검열하고 통제하는 무기가 됩니다.
실무자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보고서의 논리 구조나 전략적 방향성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직 리더 본인의 문장 취향, 지엽적인 서식, 단어 하나에 집착하는 마이크로매니징이 매일같이 반복됩니다. 아무리 사소한 자료라도 그의 ‘수정 세례’를 거치지 않으면 결재판은 넘어가지 않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실무자는 점차 생각하기를 멈추게 됩니다. ‘어차피 고쳐질 텐데’라는 무력감이 학습되면서, 조직원들은 능동적인 기획자가 아닌 지시 사항을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타자수로 전락합니다. 리더의 통제가 구성원 하나하나의 지성을 마비시키고 있는 셈입니다.
리더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중심을 잡는 평정심입니다. 하지만 그는 본인의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불안을 스스로 다스리지 못합니다. 그 불안은 종종 ‘발생하지 않은 리스크’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불필요한 행정력을 과도하게 동원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최근 외부 협력 기관과의 협의 과정에서도 리더의 불안은 어김없이 드러났습니다. 상대측의 공식적인 요청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며 다수의 민간 관계자들에게 과도한 행정적 요구와 무리한 대기를 종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타인의 시간이나 예우에 대한 존중은 리더의 불안 증폭기 앞에서 무력해졌습니다.
결국 그 수많은 준비와 대기 중 실제로 필요했던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다수의 민간인에게 불쾌함을 준 것은 물론이고, 리더 한 명의 근거 없는 불안 때문에 실무자들은 사과를 반복해야 하는 감정 노동을 떠안았습니다. 조직의 대외적 신뢰도에는 당장엔 드러나지 않더라도 보이지 않는 금이 갔을 것입니다. 관리자가 다스리지 못한 정서적 미숙함이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지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가장 지켜보기 힘든 점은 그의 무례함이 대상을 철저히 가린다는 것입니다. 상급자는 물론이고, 직원 중에서도 소위 ‘목소리가 큰’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유연하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는 온순한 직원들에게는 날 선 짜증과 고압적인 태도를 숨기지 않습니다.
권위가 대상의 성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순간, 조직의 공정성은 붕괴합니다. 리더십의 본질은 일관성에서 나오지만, 감정의 화살이 늘 ‘반격하지 않을 것 같은 약한 고리’만을 향할 때 구성원들은 건강한 충성심 대신 냉소와 회피를 선택하게 됩니다. 이것이 이 부서를 조직 내에서 가장 기피되는 공간으로 만든 결정적인 이유일 것입니다.
그동안 저도 스스로에게 반문해 보았습니다. 나 역시 완벽한 실무자가 아닌데, 누군가를, 특히 관리자를 평가할 자격이 내게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상사의 결함만을 들추기에는 저 또한 부족한 점이 많은 공무원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반 년간 이어진 비정상적인 상황들을 겪으며, 이것은 단순히 양비론으로 치부할 단계를 넘어섰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함이 자정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한편으론 많이 배웠습니다. 리더십은 실무를 잘 아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능력과 자원을 귀하게 여기고, 자신의 불안을 스스로 다스릴 줄 아는 성숙함에서 나온다는 것을요. 저 또한 이번 경험을 통해 나중에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할지, 혹은 절대 되지 말아야 할 모습은 무엇인지 깊이 새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