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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by 코르테오

인쇄를 직업으로 가진 지 4년 차가 되었다. 여러 작업물을 인쇄하고, 재단을 하고, 포장을 했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완벽' 또는 '100%'는 도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00% 완벽한 인쇄. 프린트 매니저로서 도달해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작업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대중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내가 찍은 사진, 그림이 완벽하게 인쇄가 안된다니, 이게 얼토당토않는 일인가 싶다. 하지만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인쇄란 불확실한 상황에서 여러 요소가 결합된 기적의 한 모습이라 생각된다.


인쇄(印刷)라는 한자를 풀이하면 천이나 종이 등에 문양을 박아 낸다는 뜻이다. 여기서 '쇄(刷)'라는 단어에 주목하자면 몸을 굽히고 천에다가 칼로 새긴 문양을 박는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즉, 인쇄를 함에 있어서 우선시 되는 요소가 문양을 박아야 하는 천 또는 종이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인쇄에 적합한 완벽한 종이가 있는가. 정답은 아니요다. 모든 종이는 인쇄를 하기 적합하고, 종이뿐만 아니라 천, 가죽, 자작합판, 비닐 등 다양한 매체들이 인쇄가 가능하다. 즉, 무언가를 인쇄를 하고 싶은 제작자가 어떤 것으로 자신의 작품을 표현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완벽한 인쇄를 위한 불확실성이 1% 더해진다.


인쇄할 매체를 골랐다면 이제는 인쇄 방식을 골라야 한다. 일반적인 잉크를 뿌려 종이가 흡수하는 잉크젯 방식을 할 것인지, 나무나 돌을 깎아서 판화를 할 것인지, 천에다가 감광을 시켜 뚫린 부분에 물감을 투과시키는 실크스크린을 할 것인지, 높은 자외선을 쬐어서 잉크를 굳히는 UV 프린트 방식등 다양하게 있다. 일반적인 잉크젯 방식을 선택해도 고려할 요소가 많다. 다양한 업체에서 만든 프린터들은 각자 쓰이는 잉크의 색감도 다르고, 쓸 수 있는 종이도 제한되고, 인쇄 시 주변 환경이 인쇄하기 적합한 습도와 온도를 가지는 지도 중요하다. 특히, 사진을 인쇄를 하게 된다면 RGB, 빛의 영역을 구현할 수 있는 프린터를 고려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CMYK, 색의 영역으로 적용된 인쇄를 하면 내가 의도한 사진의 색깔이 절대로 나올 수가 없다. 또다시 1%의 불확실함이 추가된다.


일반적으로 종이에 인쇄가 다 되면 인쇄의 끝은 아니다. 때로는 인쇄한 종이를 내가 원하는 크기만큼 잘라야 되는 상황도 생기고, 이를 보관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프린트 매니저로서 제일 예민하게 작업하는 부분이다. 티 없는 인쇄물이 포장을 하다가 인쇄된 부분이 까지거나 끄트머리가 접혀서 다시 작업을 할 때도 있고, 잘 포장한 작업이 택배 실수로 구겨지는 일도 다반사이다. 때로는 보관을 잘못해서 서 변색되는 경우도 생긴다. 최소 3단계만으로도 불확실성이 3%가 넘는 것이 인쇄이다.


변명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대로 인쇄를 말할 뿐이다. 이 세상에는 완벽한 인쇄란 없다. 하지만 완벽에 가까운 인쇄를 하기 위해 오늘도 나는 여러 요소를 고려하며 작업을 한다. 그것이 내 직업으로서의 소명이다. 그리고 고객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내가 의도한 대로 나온 작업물이야말로 완벽한 인쇄라는 걸. 불확실을 뚫고 나온 인쇄를 보는 것만큼 감사함을 느끼는 게 이 직업이 가진 내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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