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간의 인도여행 Prologue
"네 뭐라고요?"
"지난 여행박람회에 참여한 인도 항공 왕복권 이벤트에 당첨되셔서 입국 및 출국 날짜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어안이 벙벙했다. 침착하게 내 상황을 머릿속에서 정리해야 했다.
"언제까지 알려드리면 될까요?"
"이번주 금요일까지 알려주시면 됩니다. 그 이후에는 다른 분에게 상품 이전이 되십니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숨을 죽이며 환호를 질렀다. 내게 이런 행운이 올 줄이야. 꿈같은 현실에 뺨도 때리고, 허벅지도 꼬집어봤지만 꿈은 아니었다. 한순간 기쁨에 휩싸였다가 초조함이 몰려왔다. 회사를 관두고 언제 가야 할지, 아버지랑 같이 가야 할지, 며칠 동안 가야 할지 정리가 안 됐다. 하지만 가야 할 곳이 인도였기에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대학교 1학년 때, 교수님은 나를 비롯한 동기들에게 늘 이 말을 해주셨다.
'종교문화학과 학생이라면 꼭 인도를 다녀와봐야 합니다.'
학과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교수님의 말씀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다양한 종교의 모습과 종교인들의 삶을 볼 수 있는 곳인 인도를 가야만 진정한 종교학도라는 생각을 가졌다. 1학년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인도여행학회가 생겨 참여를 했다가 입대 때문에 참여할 수 없었다. 제대 이후엔 해당 학회도 사라지고, 학업과 등록금에 치여 인도 여행은 마음속에 담어만 놨다. 3학년 때는 스타트업 인턴으로 입사를 하면서 여행을 가는 건 정말로 상상도 못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전화가 오기까지 내겐 인도란 사라졌던 꿈과 같았다. 다음 날, 나는 회사 대표님께 사퇴를 말씀드렸다. 다시 오지 않을 이 기회를 위해 나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회사를 관둔 다음 날, 나는 교수님을 뵈러 오산에 있는 학교로 내려갔다. 교수님은 환한 미소로 나를 반겨 주셨다. 교수님께 인도 여행을 하겠되었다고 하니 내 어깨를 토닥여 주시며 한 마디를 해주셨다.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거야.'
그 한 마디. 관광 정보가 아닌 여행을 통해 얻게 될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상기시켜 주셨다. 그렇게 인도는 뜻하지 않게 다가왔고, 인생에서 잊히지 않을 경험을 위해 나는 바삐 움직였다. 2019년 10월 24일. 나는 인천 공항에서 델리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계획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앞으로 올 경험이 내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를.
-트리운드에서 조난 18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