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승아님 인터뷰를 통해 본 ESG 그리고 다양성포용
ESG 의 한해였던 2021, 얼마전 우연한 기회로 씨티은행에서 지배구조업무를 담당하는 반승아님을 알게 되었고, 승아님과 ESG 대화를 나누게 되었어요. 하루가 멀다하고 ESG 관련 기사를 접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업무를 하는 분과의 대화를 통해 깊이있는 인사이트를 얻었어요. 본 인터뷰 내용은 승아님의 개인적인 관점으로 작성되었다는 점 알려드립니다.
승아님은 어떤 커리어를 걸어온 사람인가요?
답변: 제 커리어는 지금까지 계획했던 대로 온 것이 거의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meant to be the best’ 라고 생각해요. 우아하게 표현했지만 사실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 같기도 하고요. 저는 학창시절부터 언론인을 꿈꿨는데,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면서 쓴 경제 논문이 매일경제/MBN에서 최우수상을 받게 되면서 우연한 기회에 외국계 은행에 입행하게 되었어요. 논문은 썼지만 경제학이나 경영학 전공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입행해서 신입사원 시절에는 많이 고생을 했지요. 나중에야 들었는데, 동기들을 비롯해 주위에서는 제가 버티지 못하고 중도포기할 거라고 전망했다더라고요. 제가 이렇게 성공적으로(?) 올 줄 몰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뻐해야 할 지 슬퍼해야 할 지 조금 난감하기도 해요.
어떻게 ESG 업무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신입 때는 지점에서 창구텔러부터 개인대출, 기업대출, 외환, PB까지 모든 업무를 다 경험했어요. 이후 증권수탁과 자금 결제 등의 업무를 하는, Custody and Clearing 부서에서 9년 정도를 근무했고, 이후에 경영혁신부에서 조직문화와 열린소통을 담당하게 되었어요. 이 시기가 제 직장 경력 중에 가장 재미있는 기간이었고 정말 신나게 일했던 것 같아요. 이 때 각종 주요 경영 회의체에 대한 업무를 담당했던 덕분에 법무지원부 지배구조 담당자로 스카우트(?)되다시피 해서 지금은 법무지원부에서 지배구조를 담당하고 있어요. 이전의 CSR이라면 통상 홍보부나 사회공헌팀과 같은 부서가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ESG는 거버넌스(Governance; 지배구조)에 대한 평가가 들어가다 보니 거버넌스를 담당하는 제가 현재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매년 실시하는 ESG 평가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SG 관련 어떤 업무를 하고 계신가요? 보람을 느낄때는요?
답변: 저는 ESG에서 G, 즉 거버넌스를 담당하고 있고,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 시에 당행의 평가를 제가 대리하여 답변,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배구조와 관련한 금융감독원 보고서, 연차보고서를 작성하는 것, 매년 국정감사 시즌이면 국회에서 요구하는 지배구조 관련 질의에 응답하는 것 등도 제 담당 업무이지요. 사실 제가 느끼기에 저 자신은 조직의 가장 밑바닥에서 그림자처럼 조직을 support 하는 사람인데, 정작 업무상으로는 조직의 가장 큰 뼈대이자 가장 주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 주주총회 등의 거버넌스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합니다. 조직과 관련한 아주 작은 이슈라고 해도 모두 거버넌스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고, 그 때문에 거버넌스 담당자는 언제 어떤 이슈가 터질지 모르므로 늘 긴장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이사회나 주주총회와 같은 의사결정기구에서 거론되는 내용과 관련한 기밀유지(confidential)와 보안, 조직에 대한 충성심(royalty)도 검증되어야 하죠. 그 때문에 조직에 대한 책임감과 조직에 대한 감사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늘 스탠바이 상태에서 보이지 않게 제 업무를 잘 수행하고, 이로 인하여 우리 조직의 거버넌스가 원활히 기능하는 것을 확신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현실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답변: 거버넌스라는 개념 자체가 해외, 특히 미국에서 도입된 개념이다 보니 우리나라의 경우 거버넌스에 대한 역사가 짧고 그 이해가 아직 완전하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경우 대체로 소유주와 경영자가 일치하는 ‘오너 경영인’체제가 대부분이었다 보니 전통적인 경영 환경 속에서는 거버넌스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어떤 조직이든 규모가 커질수록 거버넌스가 그 조직의 승패를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조직의 특성과 업종, 상황에 따라 거버넌스의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인데, 아직 거버넌스가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이다 보니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의 원칙이 아니라 모든 회사와 업종에 거의 동일한 평가 기준이 적용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아마도 ESG에 대한 평가 방안, 적용 범위, 관련 법령 등이 더 정비되어야 할 것 같고 상당히 긴 여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SG, 왜, 지금일까요?
ESG라는 개념이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닌데 왜 이렇게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과거에는 ‘특정 개인 혹은 집단(만)의 성공’, 또 ‘성공적인 결과’가 중요한 시대였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 ‘과정의 투명성과 합리성’이 중요한 시대로 거시적인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영화 ‘관상’에서 송강호의 대사 중에 이런 부분이 있어요. “난 사람의 관상만 보았지, 시대를 보진 못했네… 파도는 바람이 움직이는 것인데 바람을 보지 못하고 파도를 보았으니…” 저는 ESG는 ‘관상’이나 ‘파도’이고, 이 배경에는 더 큰 시대적인 흐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ESG 이후에 또 다른 용어가 새로 등장할 수는 있겠으나, 이를 관통하는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라고요. 그래서 ESG라는 프레임에 어떻게 조직을 끼워맞출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왜’ ESG인지, ‘어떻게’ 우리 조직에 이것을 적용할 것인지, 그렇게 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조직의 더 큰 비전을 끊임없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SG 경영의 발전을 위해 어떤 영역에서의 변화가 가장 절실하다고 보시나요?
답변: ESG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비슷한 개념으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CSV(공유가치창출)과 같은 키워드가 존재했지요. 초기에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것은 CSR이나 CSV의 성과와 기업의 경영 성과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CSR에 고비용을 지출할 경우 오히려 주주의 이익은 줄어들게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지요. ESG가 기존의 가치와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바로 G, 즉 거버넌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SK가 지배구조를 이사회 중심으로 바꾸면서 근본적인 혁신에 나섰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ESG 발전의 핵심은 바로 이러한 의사결정기구 자체의 변화가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이 핵심에 이사회가 있고, 이사회 구성원들이 있겠지요. 의사결정 과정의 민주주의가 실현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데, 한편으로는 이것이 의사결정의 효율성이나 기업의 이윤 추구를 저해하지 않도록 운영하는 것이 핵심일 것 같아요. 이사 개개인의 역량과 전문성이 더 강화되어야 하고, 낙하산 인사나 외부의 알력이 작용하지 않도록 이사 선발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과제일 것이라고 봅니다. 또한 새로운 이사 선임시 다름을 포용하고 인정할수 있는 문화가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업무를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저 역시 거버넌스 업무를 담당하며 아쉬움과 답답함을 느껴서 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에 편입하여 법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어요. 지금으로서는 거버넌스에 대해서 기업지배구조법,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법률 등을 근거로 판단하거나 소명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담당자로서 공부를 더 해야 할 것 같은 책임감이 들더라고요!
씨티은행 법무지원팀에서 지배구조(G) 업무를 하고 있는 승아님과 인터뷰였습니다. 저의 다양성과 포용의 렌즈로 봤을 때 다름을 포용하고 인정할수 있는 문화는 지배구조를 더 건강하게 만들고 또한 지배구조는 조직의 체질과 문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자리었습니다. 바쁜 시간 쪼개어 의견 나누어 주신 승아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