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에서 차를 빼서 남구의 대연동에 있는 부산 문화회관으로 향했다. 해운대에서 UN 공원이나 문화회관 까지는 10킬로 안짝이다. 중간에 엥꼬가 된 차의 주유를 했다. 돌아 다니다 보면 주유비와 숙박료가 많이 든다. 한 3번은 넣어야지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다. 부산에서 주유를 하고 나서 내가 살던 동네까지 가서 다시 주유를 했다. 2박 3일 동안 1,050 킬로를 달렸으니 내 차의 연비가 그럭 저럭 괜찮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주유한 다음 문화회관으로 방향을 잡았다. 예전에 사겼던 여인이 음악을 좋아 해서 이곳의 공연장에 몇 번 와본 기억이 있어서 둘러보았다. 주차장을 찾아 들어가려고 하는데 이곳도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자그마한 계단식 공원을 없앤 다음 그 자리에 공연장을 만들었고, 일제 관련 역사 박물관을 새로 만들었다. 주차장도 새로 만들어 놓아서 3층이나 차지하는 주차 공간은 풍부하지만 오랫만에 온 나에게는 다소 낯선 느낌이다.
부산 문화회관은 부산에서 워낙 많이 알려진 공연장이라 규모가 커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건물로 채워지다 보니 숨통이 막히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이 노는 게단식 공원이 있을 때가 훨씬 좋았다는 느낌이다. 그 앞 등나무 그늘이 있는 벤치에서 커피를 한 잔 씩 뽑아들고 이야기를 나누던 추억이 아련하다. 세월이 많이 흘러 사람도 사라지고 공간도 완전히 달라졌다. 그때에 비해 무엇이 달라졌을까? 오직 살아 남은 자의 기억 뿐이다. 그저 낡은 추억들을 되새김할 뿐이다.
지금 그 사람은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에 호숫가 가을에 공원
그 벤취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혀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이제 부산에 더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 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구-부산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가는데 청도의 산들이 보인다. 오래 전 대학 시절에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하숙집의 연탄가스로 죽은 적이 있었다. 그 친구의 고향이 청도라 이곳 선산에 묻을 때 친구들과 내려온 적이 있었다. 그때 산을 내려오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벌써 40년도 더 지난 이야기다. 일장춘몽(一場春夢)이나 남가일몽(南柯一夢) 같은 고사성어들이 이제는 몸으로 느껴지는 나이에 접어들었나 보다.
언제 우리가 만났던가
언제 우리가 헤어졌던가
만남도 헤어짐도 아픔이었지
가던 길 돌아서면
들리는 듯 들리는 듯 너의 목소리
올라가는 길에 대구에서 사학자 김명구 박사가 사는 곳을 들러 저녁을 먹었다. 내가 가끔식 남쪽 지방으로 여행을 할 때 마다 만나는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