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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는 길, 첫째 날

by 이종철

내가 2021년 가을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기 훈련을 겸해 다닌 국내 여행은 돌이켜 보면 무모하기도 했지만, 그 당시 겪은 경험은 아주 특별했다. 후일의 추억을 위해서 적어둔 여행기를 다시 들추어 본다.


2021년 10월 21일 오전에 나는 카메라 기사를 자처한 조 선생을 부천에서 픽업을 한 다음 정박사 가족을 만나러 가기 위해 용인으로 향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비교적 차가 막히지 않아 약속 시간을 조금 넘긴 상태에서 정박사 가족을 만났다. 정박사의 아내는 외국인이고, 외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품에서 자라던 아들이 한국에 와서 함께 여행을 떠난다. 우리가 제일 먼저 들른 곳은 2021년 6월에 내 책을 출판한 출판사를 방문하는 것이다. 세종시에 들를 즈음에는 땅거미가 어둑해지고, 신도시로 조성된 건물의 불빛들이 막 들어설 때이다. 지방에 이런 도시가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행정도시를 만든 노무현 대통령 덕이다. 도로가 쭉쭉 뻗어 있고, 고층 건물들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 외국의 도시를 방문하는 것 같았다. 출판사는 세종시 중심에 있어서 비교적 찾기가 쉬웠다. 이곳에는 편집장을 맡고 있는 대표의 아내 혼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내 책 10권을 카드로 결제했다. 바로 나와서 세종시 공무원과 개인 사업을 하는 정박사 페친을 만났다. 이들이 저녁을 후하게 대접해줘서 잘 먹고 근처의 카페에 들러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다. 정박사는 워낙 동선이 길고 많아서 곳곳에 페친들이 많다. 밤늦게 그들과 헤어져서 우리는 청주로 향해 그곳에서 1박을 했다.


원래는 한남대에 있는 이 교수와 충남대에 있는 양 교수와 점심을 함께 해보려고 했는데 사전 약속이 안 돼 있어서 대전은 그냥 패스를 했다. 가는 차중에서 정박사와 나의 의견이 틀려 가지고 약간의 언쟁이 있었다. 이제 40대 초반이지만 말싸움에서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유라시아 대륙을 순회하면서 필드 리서치 경험이 많은 지라 자신이 하는 일에서는 누구에게도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대전 유성에 있는 충남대에 잠시 들렀다가 전주로 향했다. 이곳에서 정박사와 조근송 씨와 헤어져서 나는 전주로 향했다. 우리는 전주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전주의 호원대에는 오랜 친구 서교수가 있어서 그와 약속을 잡고 전북대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 오랫만에 보니까 반가운 얼굴이다.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모습이 아니다. 그와 함께 중국식 정식을 먹고 근처의 카페에서 정박사 일행을 다시 만나 합류했다. 이곳에서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정박사가 러시아 전문가이고, 마침 서교수는 2007년 세계 철학자 대회 당시 러시아 국립 대학과 연구소 소속의 교수들 200여명을 한국으로 초청 가이드 역할을 한 덕분에 둘이서 한참을 이야기했다. IT 전문가인 조선생은 가지고 간 DSLR 카메라로 우리들 사진을 아주 멋지게 찍어 주었다. 5시 경 서교수와 헤어진 다음에는 전주대의 게임학과 교수로 있는 정박사의 페친을 만났다. 그가 전주의 좋은 음식점을 미리 예약해 놓아서 그곳에서 환대를 받고 밤늦게 까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와 밤늦게 헤어진 다음 우리는 군산 쪽으로 이동을 해서 그곳의 한 모텔에 투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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