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 컴플렉스는 과학이야!
“우리가 제일 먼저 인식한 것은 인간 심리의 근간이 초기 유년 시절에 형성된다는 사실이다... (중략)… 이 때 정신생활의 개별 현상들을 하나의 완결된 전체로 보지 않고, 서로 분리할 수 없는 전체 속의 부분들로 파악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중략)… 성인이 되면서 외적 형식, 구체화의 방식, 표면적인 것들은 변했을 지 모른다. 하지만 근본토대, 목표, 역동성, 그리고 목표지향적인 정신생활을 이끌어가는 모든 것들은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 알프레드 아들러, <인간이해> 에서 발췌
저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저에게 아직도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어린시절 아버지와 저의 관계는 매우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관계였습니다.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말이 트이고 난 4~5살 무렵부터 아버지는 저에게 존댓말을 사용할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유교적이고 가부장적인 명분에 근거한 규칙들이 집안에 세워졌고, 훈육을 위한 ‘사랑의 매’도 늘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두려운 존재였으나 또한 사랑하고 선망하는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같이 논밭을 다니며 곤충을 잡고, 자전거를 배우고, 당시 인기를 끌었던 롤러브레이드(인라인 스케이트)를 선물받아 동네 길목에서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무섭고 엄한 아빠였지만, 또한 저를 아끼고 사랑해 주시던 모습도 많았습니다. 능력 있고, 강하고, 현명하고 합리적인 사람,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수호자, 어린 저는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했으며 닮고 싶어했습니다.
7~8세 무렵부터 점점 아버지에게 심하게 혼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정확한 기억이 없으나 4살 차이 동생을 괴롭히거나 다투다 혼나는 일이 많았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이 시기에 문제는, 혼이 날 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마음에 억울함과 분노, 미움이 쌓여간 점입니다. 저의 어떤 행동이 갑자기 아버지의 분노를 촉발하면, 저는 그 폭발하는 분노를 여과 없이 대면하고 견뎌내야 했습니다. 아버지와의 갈등 상황에서 순간적인 공포에 의해 몸과 마음이 경직되는 일이 잦았고, 내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 받는 경험은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또 한가지는, 아버지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도 도덕적 기준에서 어긋나면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질투를 느껴 동생에게 나쁜 행동을 했다면, 그 감정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에 나는 본성이 나쁜 아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른들 또한 유치한 감정에 휘둘린다는 것을 아이는 쉽게 파악합니다. 조금씩 저는 속으로는 아버지를 무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순간, 어렸던 당시의 제가 또 심하게 혼이 나던 도중, ‘아빠에게 애정과 이해를 기대하면 더 괴로워지니 그런 생각을 버리자’ 하고 결심했던 순간이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이후, 아버지에게 내 주장을 전달하기보다는 폭발하는 분노를 점화하지 않기 위해 내 마음을 숨기고 누르는 것이 습관이 되어갔습니다. 동시에, 그런 회피하는 나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 느낌 또한 쌓여갔습니다. 붙임성 있고 살가워 귀여움을 많이 받던 동생과 제 처지가 비교되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 저는 상당히 내성적인 모습이 많았는데, 그 이면에는 ‘나는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존재다’라는 생각에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심리가 있었던 듯합니다.
이후 오랜 세월이 지나 실제 아버지와의 관계는 많이 달라졌으나, 어린 시절 겪은 권위자/지배자로서 아버지와의 관계는 지금까지도 저의 사회생활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정신분석치료를 3년 정도 받으면서, 권위자에 대한 적대감이나 신경증적 불안의 문제는 많이 완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윗사람과 자연스럽게 즐겁고 흥미로운 대화를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는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집중하게 되고, 흥미보다는 피로감을 주로 느낍니다.
정신분석을 알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러한 나의 심리적 어려움들이 오히려 흥미로운 탐구의 주제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제가 현재 회사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들이 떠오르고, 그것들로 인해 겪은 우울과 삶에 대한 무력감/비관이 상기됩니다. 그러나 기운을 차리고 그 기억을 곱씹으면, 그것들은 또한 인간 존재와 마음이라는 분야에 대한 저의 관심, 지식 확장에 대한 의욕을 다시 불러일으킵니다. 그리고 그러한 지적 작업을 통해 제가 조금씩, 꾸준히 변화해온 과거가 있으므로, 미래에 대한 희망 또한 되찾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