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열받네 상사 놈들...
사건 개요
추석 연휴 직전 회사에서 있었던 일에서 나는 분노와 혐오, 그리고 자기파괴적 행위를 통해 내 주변사람들에게 복수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 감정의 강도는 100점 만점에 90점은 될 것 같다.
이러한 감정을 느낀 배후에는 관료주의적인 인간군상들의 행동이 있다. 구체적으로, 나는 어떤 실무적인 문제가 생겨 이를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는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요했는데, 그 지식을 가진 회사 내 사람조차 찾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상급자에게 보고하자 그는 그 상황 자체를 못마땅해하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질문만 되물으며 결국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나에게 따지듯 되물었다.
순간 나는 매우 분노했다 결국 실제적인 도움은 하나도 못 주는 주제에 자신에게 화가 미칠까 봐 자기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 거기다 적반하장으로 문제의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듯한 태도가 결국 일에서 진짜로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실무자인 나에 대한 착취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착취 속에서 내가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생각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고 느꼈다. 퇴사 통보를 하는 상상을 하고, 사람들에게 화를 쏟아내고 싶은 충동이 목구멍까지 치올랐던 것 같다.
합리적 정서행동치료(REBT, 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는 앨버트 엘리스(Albert Ellis)에 의해 체계화된 인지치료 이론으로, 인간의 정서적 문제를 사건 그 자체보다는 그 사건에 대한 개인의 신념이 결정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엘리스는 인간의 비합리적 사고가 부정적 정서와 부적응적 행동을 초래하며, 이를 수정함으로써 병리적 감정과 사고 및 행동이 나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관점을 설명하는 핵심 틀이 ABC 모델이다.
ABC 모델은 정서와 행동의 발생 과정을 A(Activating Event), B(Belief), C(Consequence)의 세 요소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 A(Activating Event)는 정서적 반응을 유발하는 외적 사건이나 자극이다.
· B(Belief)는 그 사건에 대해 개인이 가지는 신념이나 해석이며, 합리적일 수도 있고 비합리적일 수도 있다.
· C(Consequence)는 신념의 결과로 나타나는 정서적/행동적 반응을 의미한다.
즉, 동일한 사건이라도 개인의 B, 즉 신념의 내용에 따라 C, 즉 정서적 결과는 달라진다. 엘리스는 인간이 흔히 “A가 C를 만든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A가 아니라 B가 C를 결정한다”고 강조하였다.
REBT에서 비합리적 신념은 대부분 당위적 사고의 형태로 나타나며, 인간이 자신, 타인, 그리고 세상에 대해 지나치게 절대적인 요구를 하는 사고 경향을 포함한다.
1. 자기 자신에 대한 당위적 요구
“나는 항상 멋져 보여야 한다”, “나는 실수해서는 안 된다”와 같은 사고는 자기비난과 완벽주의를 강화한다. 이는 사소한 실패에도 과도한 수치심과 열등감을 유발한다.
2. 타인에 대한 당위적 요구
“상급자는 부하들을 늘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와 같은 신념은 현실적 인간관계의 불완전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든다. 이러한 사고는 분노, 원망, 적대감 등의 감정을 초래하며 관계적 갈등을 심화시킨다.
3. 세상에 대한 당위적 요구
“인생은 공평해야 한다”, “삶에서 노력한 만큼 물질적 보상이 따라와야 한다”는 사고는 세상의 불확실성과 우연성을 인정하지 못하게 한다. 그 결과 좌절에 대한 내성이 약화되고, 불안이나 무력감이 증가한다.
이처럼 세 영역에 대한 당위적 사고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어떻게 되어야만 한다’는 이상화된 기준에 맞추려는 태도를 강화한다. 그 결과, 개인은 지속적인 긴장과 자기비판, 그리고 타인에 대한 분노 속에서 정서적 불균형을 경험하게 된다.
앞서 경험한 나의 직장 관료주의 분노폭발 사례에 REBT(합리적 정서행동치료, 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 ABC 모델을 적용해 보았다.
Activating Event (촉발사건)
· 실무적 문제(전문지식 필요)가 발생했으나 그 분야의 적임자를 찾기 어려웠음
· 상급자에게 보고했으나 실질적 도움은 전혀 없었고, 책임 회피성 질문과 “어떻게 해결할 건가”라는 따지는 듯한 반응만 되돌아옴
Belief (나의 신념)
GPT 피드백에 따르면, 나의 진술에서 드러나는 주요 비합리적·당위적 신념은 다음과 같음.
1. 자기 자신에 대한 당위
“내가 해야 할 일은 항상 제대로 처리되어야 하고, 내가 책임지고 성과를 내야만 한다.”
“나는 어떤 일도 실패해서는 안 된다.”
2. 타인(상급자)에 대한 당위
“상급자는 반드시 실질적 도움을 주어야 한다.”
“상급자는 책임을 지고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 당위들이 결합되어 다음과 같은 병리적/극단적 사고로 이어진다.
· 파국화: “이 상황이 계속되면 나는 계속 착취당하고 결국 망가질 것이다(견딜 수 없다).”
· 과도한 일반화: “내 상급자들 전부가 관료적이고 나를 착취하는 구조다.”
Consequence (결과)
· 정서: 분노·혐오(강도 ≒ 90/100), 굉장한 좌절감, 무력감
· 행동 충동: 주변 사람들에게 복수하고 싶은 충동, 자기파괴적 행동 상상(퇴사 통보 상상, 폭발적 행동)
· 일상 생활 영향: 일상생활 의욕 저하 가능, 직장 및 가정 내 대인관계 악화 등
REBT에 따르면, 비합리적 신념은 단순히 한 순간의 부정적 생각이 아니라, 일정한 과정을 따라 발전하면서 비합리적 사고와 정서를 촉발한다. 이러한 현상은 다음의 네 단계의 비합리적 사고의 연쇄를 통해 나타나며, 각 단계가 연결되어 개인의 정서적 고통을 심화시킨다.
1) 절대적 강요와 당위 (Demandingness)
첫 단계는 절대적 당위적 사고에서 출발한다. 이는 “반드시 ~해야 한다(must, should, have to)”는 비현실적 강요의 형태로 나타난다. 예컨대 “내가 하는 업무는 회사를 위한 것이니까 모든 연관 업무자들은 나에게 친절하고 협력적이어야 해”와 같은 사고가 그 예다. 이러한 당위적 신념은 현실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수용하지 못하게 하고, 자신과 타인, 세상을 평가할 때 비탄력적 기준을 적용하도록 만든다. 이 단계에서 이미 정서적 경직성이 형성되며, 이후의 왜곡은 이 절대적 사고에서 파생된다.
2) 파국화 (Catastrophizing)
두 번째 단계에서는 당위가 충족되지 않을 때, 그 결과를 재앙 수준으로 과장하는 인지적 왜곡이 발생한다. 즉, “만약 내가 실패한다면 그것은 끔찍한 일이고, 나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라는 식의 사고이다. 예를 들어 위에서 업무를 맡은 직장인이 “내 업무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그들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거부하기 위해 온갖 핑계를 끌어모으고 있어. 난 아무 결과도 내지 못할 거고 이 모든 것이 내 책임이 되서 난 불공정한 재판을 받게 될 거야.”라고 믿는 경우, 현실적으로 만연한 관료주의적 조직문화의 작은 체험을 ‘자신의 회사생활 전체의 붕괴’로 해석한다. 이러한 파국화는 불안을 폭발적으로 증폭시키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 속에서 개인을 마비시킨다.
3) 좌절에 대한 낮은 인내력 (Low Frustration Tolerance)
세 번째 단계에서는 당위와 파국적 사고가 결합되어, 좌절을 견디지 못하는 심리적 취약성이 드러난다. 이는 “이렇게 힘들고 불편한 상황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라는 형태로 표현된다. 예컨대 직장인이 “이 업무는 너무 현실과 모순적이고 반대하는 사람이 많아서 계속하는 시도하는 건 아무도 의미도 없고 도저히 이 모든 시간 자체를 견딜 수가 없어. 그리고 난 이런 대접을 받기 위해 태어난 게 아냐! 라고 느끼는 상황이 그러하다. 이때 개인은 일시적 불편감조차 참지 못하고 회피하거나 포기하게 된다. 즉, 정서적 고통을 줄이려는 단기적 회피 전략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문제를 심화시키는 것이다. 엘리스는 이를 “불편함에 대한 과민성(intolerance of discomfort)”으로 설명하며, 정서적 성숙은 이러한 불편함을 견디는 능력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4) 자신과 타인에 대한 질책과 분노 (Self–Other Blame and Anger)
마지막 단계에서는 충족되지 않은 당위와 파국적 해석, 그리고 좌절의 경험이 분노와 비난으로 전이된다. 이 단계의 핵심은 “누군가가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비합리적 귀인이다. 예를 들어 위 직장인이 “이런 일을 시킨 놈들은 전부 알면서도 날 이런 궁지에 몰아넣은 거야. 왜냐면 자신들의 책임을 덮어씌울 누군가가 필요하니까!”와 같은 사고가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고는 자신을 피해의식에 빠뜨리고 타인에게 공격적 태도를 보이게 만든다. 즉, 당위적 기대가 좌절된 결과를 자신 혹은 타인의 결함으로 돌리며, 그로 인한 분노와 원망이 자기 및 타인에 대한 혐오를 동시에 낳고 대인관계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이 네 단계는 REBT의 핵심 가정을 인지적으로 구조화한 것이다. 즉, 인간의 비합리적 사고는 단순한 부정적 생각의 문제가 아니라, ① 절대적 당위 → ② 파국화 → ③ 좌절 인내력 저하 → ④ 비난과 분노로 이어지는 하향적 사고의 흐름 속에서 점차 강화된다. 이 연쇄 과정이 지속될수록 개인은 현실을 왜곡된 인지 틀로 해석하게 되며, 정서적 반응 또한 점점 자동적이고 과도하게 된다. 따라서 상담자는 내담자가 현재 어느 단계에서 왜곡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인식하도록 돕고, 각 단계별로 합리적 신념과 수용적 태도를 회복하도록 중재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REBT가 지향하는 “사건이 아니라 신념이 감정을 결정한다”는 핵심 원리의 실제적 적용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대처하는 방식은 REBT에 따르면, '좀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REBT에서 제시하는 대처법은 DEF 로 축약된다. 하나씩 이야기해 보면..
Debate or discussion (극단적 사고에 대해 논박하는 질문들)
“상급자가 절대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증거가 무엇인가? 과거에 상급자가 도움을 준 사례는 없었나?”
“이렇게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 항상 이어지는가? 아니면 분기에 한두 번 수준인가? 분노를 촉발한 상상 속 가정과 실제 빈도는 얼마나 일치하는가?”
“상급자의 반응이 의도적 착취라기보다는 순간적 회피일 가능성은 없나?”
“지금 분노를 터뜨려서 벌어질 일들이 내가 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폭발을 지연시킬 때 내가 더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닌가?”
Effective Belief (대안적 합리적 신념)
“상급자는 이상적으로 도와주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사람이 이상처럼 행동하지는 않는다. 나는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실무적 조치(문서화, 특정인에게 직접 요청, 외부 자원 활용)를 취할 수 있다.”
“불공정한 처우는 분노를 유발하지만, 즉각적 폭발은 문제를 악화시킨다. 대신 나는 문제 해결을 위해 구조적 증거(이메일·로그·업무일지)를 모으고 필요할 때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
F는 New Feelings and Behavior 라는데, 약간 억지로 DEF에 껴맞춘 것 같아서 그다지 와닿지는 않는다. 어쨌든 대안적 신념과 사고방식으로는 좀더 융통성 있고 약삭빠른(?) 대처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오히려, 본인도 관료주의 속으로 물들어서 그들과 같아지면 고통이 좀 나아질 수도 있다(?) 어쨌든, 위처럼 기존의 경직되고 고지식한 믿음을 버리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는 것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