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Temperance (절제) 비워야 들려오는 숨결
어떤 날은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지쳐 있었다.
머릿속은 해야 할 일로 가득했고,
시간표엔 빈칸이 없었다.
잠깐의 공백조차 두려워서
나는 모든 자리를 꽉 채우려 했다.
더 열심히, 더 바쁘게, 더 가파르게
그런데 비어내지 않을수록,
나는 더 쉽게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숨 한 번 깊이 고를 자리를 허락하지 않는
삶은 내게 짐처럼 내려앉았다.
그럴 때, 내 앞에 펼쳐진 것은
'Temperance (절제)' 카드였다.
하얀 날개를 펼친 존재가
두 개의 잔 사이에 물을 옮기고 있었다.
흐름은 조용했고, 손끝은 서두름이 없었다.
물이 잔에서 잔으로 옮겨지는 동안,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흐름은 간격에서 태어난다는 것
잔과 잔 사이의 틈이 있어야
물이 살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그 장면이 내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 비워내고 틈이 있어야 채울 수 있다.
멈추어야 다시 흐를 수 있다.”
나는 오랫동안 빈틈을 두려워했다.
일정을 꽉 채워야 안심이 됐고,
관계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겉으로는 성실해 보였지만
속은 늘 쫓기고, 늘 공허만 가능했다.
그러다 몸이 신호를 보냈다.
더는 버틸 수 없다는 경고였다.
그제야 나는 나를 돌볼 수밖에 없었다.
비워놓는 시간을 만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허락했다.
말을 줄이고, 짐을 비워내고, 관계를 비웠다.
그제야 놀랍게도,
나는 다시 나로 쉼 쉬는 것 같았다.
텅 빈 듯 보이던 시간 속에서
숨이 돌아왔고,
내 안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꽉 찬 자리는 소리를 삼키지만,
빈틈이 있어야 울림이 자란다."
삶에 있어 비움은 공허가 아니라
다시 살아가기 위한 숨의 자리였다.
절제는 단순히 덜어내라는 말이 아니었다.
절제는 틈을 허락하는 용기였다.
비워둔 그 자리에
새로운 바람이 스며들었고,
고요한 숨이 흘렀다.
삶은 완전해야만 빛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빈틈이 있어야 숨이 돌고
다시 빛이 들어왔다.
쉼은 멈춤이 아니라,
다시 걷기 위한 준비였다.
비움은 손실이 아니라,
숨을 돌려주는 자리였다.
여유는 낭비가 아니라,
내 마음을 지켜내는 힘이었다.
우리는 종종 살아가며 꽉 채우기만 하지
멈추어 비워내는 일은 잊고 사는 것 같아요
남과 비교하는 삶을 살다 보니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더 조급해질 때도 있고요.
하지만 삶에도 틈이 있어야 그 속에서
숨이 돌아오고,
내 목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떤 틈을 허락하고 있나요?
혹시 그 틈이 조금 불안하더라도 괜찮습니다.
비워둔 그 자리에 새로운 흐름이 스며들고,
숨결이 돌아오며, 삶이 다시 균형을 찾아오니까요
그 자리가 결국,
당신을 지켜낼 힘이 되어줄 테니까요.
쉼은 멈춤이 아니라, 다시 살아가기 위한 준비였다.
by 《78개의 마음》 ⓒ biroso나.
다음화 예고
#15 The Devil (악마)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것들
“붙잡은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내가 붙들려 있었다.”
이 글은 전통적인 타로 해석이 아닌, 카드가 건넨 상징(절제, 조율, 균형, 비움)에서 풀어낸 창작 에세이입니다. 타로를 몰라도 당신의 마음에 닿는 글입니다.
[ 타로상징 사색 에세이]
『78개의 마음』은 타로카드에 담긴 상징으로 당신의 마음 한 장 펼치듯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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