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The Devil (악마)-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것들
진짜 지옥은 악이 아니라, 나를 묶어둔 익숙함이라는 감옥이었다.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나쁜 습관과 관계에 매여 사는 게,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린 순간이.
익숙하다는 이유로
편안함을 놓지 않으려 애쓸수록
오히려 나는 더 깊숙이 묶여만 갔다.
그때 손에 쥔 건
'The Devil(악마)'라는 카드였다.
무섭게 생긴 검은 형체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발치에는 두 사람이 쇠사슬에 묶인 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가까이 보니, 그 사슬은 너무나 느슨했다.
손만 뻗으면 벗어날 수 있었는데도
그들은 전혀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 장면은 마치 익숙함이라는 감옥에 스스로를 묶어둔 채 벗어나려는 의지조차 품지 않는 우리의 자화상 같기도 했다.
“ 나를 괴롭히는 악마는 밖에 있지 않았다.
늘 내 안에 있었던 것 같다.”
눈에 보이는 사슬보다 더 무서운 건,
익숙하다는 이유로 벗어날 수 있는데도 벗어나지 않으려는 마음이었다.
‘편안하다’는 착각이,
사실은 스스로를 옭아매는 가장 강력한 족쇄였다.
오랫동안 익숙하다는 이유로 편안함만을 붙잡고 살아왔다.
관계가 무너질까 두려워,
놓아야 할 순간에도 끝내 손을 놓지 못했다.
나는 그 사슬이 안전망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나를 잃게 하는 감옥이었다.
놓지 못하는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붙잡혀 있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내가 붙들려 있었다.
그러다 결국 알게 되었다.
무너진 건 내가 아니라,
내가 갖고 있던 환상들이었다.
언제나 악마는 화려하게 다가왔다.
“놓지 마, 그래야 네가 안전해.”
그 속삭임은 달콤했지만, 결국 나를 잠식했다.
벗어나기로 결심했을 때,
나는 두려웠다.
빈손이 되는 것 같았고,
모든 걸 잃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내 의지로 손을 놓자
내 안에 다시 나의 숨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를 묵으려 했던 것들이 사라지자
다시 나의 걸음으로 걸을 수 있었다.
사슬은 밖에서 씌운 게 아니었다.
나는 스스로 묶여 있었다.
그리고 풀어낸 순간,
악마는 더 이상 나를 지배하지 못했다.
비로소 나는 나의 이름으로 다시 숨 쉬려는
자유를 향한 의지를 택한 것이었다.
놓을 수 없다고 믿는 순간,
우리는 더 깊이 묶이고 만다.
하지만 붙잡고 있던 손을 펴는 순간,
그 모든 속박은 허상처럼 흩어진다.
익숙하다는 이유로 붙들고 사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 사슬을 끊어내야만
새로운 길이 열린다.
익숙함은 늘 안전을 약속하는 듯하지만,
그 안에 오래 머물다 보면
결국 스스로를 가두는 벽이 되곤 한다.
벗어나려는 순간 두려움이 몰려와도,
그 길 끝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조차,
내 삶을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된다.
악마는 결국,
내 안의 그림자를 비춘 거울이었다.
그 거울 앞에서야
나는 비로소 내 손을 보게 되었다.
악마 카드를 보면서 영화 《쇼생크 탈출》의 '브룩스'가 떠올랐습니다.
평생을 감옥 안에서 살아온 그는, 마침내 자유를 얻었을 때 오히려 두려움을 느꼈어요.
익숙함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옥이라는 공간에 매달렸고, 끝내 새로운 세상의 빛을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그 모습이 악마 카드가 말하는, 익숙함 속에 묶여버린 인간의 그림자와 겹쳐 보였습니다.
살다 보면 우리 모두,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것들을 붙들고 살 때가 있지요.
손에 쥔 그것이 나를 지켜주는 줄 알지만,
사실은 나를 가두는 사슬일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오래도록 익숙함 속에 머물며
‘안전하다’는 착각 속에서 숨을 고르곤 했습니다.
하지만 놓아야만 보이는 풍경이 있고,
비워야만 다시 흘러드는 바람이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지금, 당신을 붙들고 있는 사슬은 무엇인가요?
놓으면 두렵지만, 동시에 자유를 부르는 그 사슬 말입니다.
"편안함이라는 족쇄가 가장 무거운 사슬이었다."
by 《78개의 마음》 ⓒ biroso나.
다음화 예고
#16 The Tower (탑)
무너짐은 곧 새로운 시작이다
이 글은 전통적인 타로 해석이 아닌, 해당 카드의 상징(속박, 집착, 두려움에서 비롯된 억압)에서 풀어낸 창작 에세이입니다. 타로를 몰라도 당신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글입니다.
[ 타로상징 사색 에세이]
『78개의 마음』은 타로카드에 담긴 상징으로 당신의 마음 한 장 펼치듯 찾아옵니다.
#78개의마음 #익숙함의굴레 #자유의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