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 당신에게〉

#16 The Tower - 무너짐은 새로 짓는 자리

by 숨결biroso나

예기치 않게 무너진 자리에서

삶을 다시 짓는다.



높이 쌓을수록,
나는 안전해진다고 믿었다.


돌을 하나하나 얹으며
흔들림이 닿지 못할 만큼
두꺼운 벽을 세워야 안심이 됐다.

그러나 바람은 언제나 틈으로 스며들었다.
작은 균열은 어느 날 갑자기 커졌고,


나는 그 앞에서 두려움보다
묘한 예감을 먼저 느끼고 있었다.


‘이제 곧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때 내 손에 쥐어진 카드는

'The Tower(탑)'이라는 카드였다.





짙은 하늘을 가르며 번개가 탑을 찢어 놓자
탑 안에 있던 이들이 허공으로 떨어졌다.


어둠 속에서 금빛 섬광이 흘러내리고,
순식간에 벽은 갈라지며 불꽃이 치솟았다.


그 불빛은 파괴의 불길 같았지만,
어쩌면 오래 묵은 그림자를 태우는 것만 같았다.


탑 안에 가두어 두었던 숨결이
벼락을 타고 흘러나와 자유를 얻는 순간처럼.

탑의 번개는 파괴 같았지만,
동시에 신호탄처럼 보이기도 했다.


더는 붙잡고 있을 수 없는 것들을
한순간에 무너뜨려 주는
어쩌면, 두려움과 해방이 동시에 깃든 장면이었다.







나 또한 그런 무너짐을 겪었다.
믿었던 관계가 갑자기 깨지고,
공들였던 시간이 무너지고,
안전하다 여겼던 자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순간들.

그때마다 나는 배신감에 휩싸였고,
마치, 내 삶 전체가 무너진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아가고 있다.
무너짐은 나를 버린 것이 아니라,
다시 살게 하기 위한 전환점이었다는 것을.
벽이 사라져야 비로소 내가 살아갈 공간이 열렸다.

탑이 무너져 드러난 자리는 폐허가 아니었다.
돌이 흙으로 돌아가듯,
흙은 다시 씨앗을 품었다.

“무너짐은 파괴가 아니라,
새로 지을 자리를 내어주는 일이다.”

빛은 벽이 무너져야만 스며들었고,
길은 잔해를 넘어섰을 때 열렸다.


무너짐은 끝이 아니라,
내 삶이 다시 시작되는 초대였다.

무너짐이 데려오는 것은
끝이 아니라 방향이다.

나는 이제 높이 오르는 것보다
빛이 들어오는 길을 택한다.


남들이 좋다던 방들 대신,
내가 숨 쉬기 좋은 창을 냈다.
높이보다 방향을,
두께보다 빛의 들어옴을 생각했다.


사람들이 부러워하던 탑이 아니라,
내가 머물고 싶은 집을 그린다.

무너짐은 아프지만,
그때마다 나는 다시 살아 있었다.
다시 짓는 법을 배울 수 있었고,
억눌린 마음에서 벗어나 걸을 수 있었다.


타워카드는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무너짐을 절망으로만 기억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시작으로 기억할 것인가?”

무너짐은 우리가 애써 쌓아 올린 시간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 시간조차 토대가 되어,
더 단단한 자리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무너짐이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균열 가득한 탑 안에 머물렀을 것이다.

무너짐은 파괴가 아니라,
다시 지으라는 신호였다.


탑은 무너졌지만,
그 무너짐 위에서 나는
다시 시작되는 나를 짓고 있다.






타워 카드를 바라볼 때마다

'공든 탑도 무너질 수 있다' 라는 문장이

떠오르곤 합니다.


살다 보면 예기치 않게 무너짐을 겪을 수 있습니다.

때는 세상이 다 끝난 듯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자리가 새로운 길이었던 걸

알게 될 것입니다.


저 역시 돌아보면,

무너졌던 순간들이 오히려 제 삶을 단단하게 해 주었습니다.

쓰러진 자리에서만 볼 수 있었던 풍경들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무너져 내려야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다시 세워 보고 싶은 자리는 어디인가요?


폐허가 된 그 자리에서
새로 짓는 시작의 의미를 바라볼 수 있기를요.



"폐허 끝에서 비로소 새로운 하늘이 열렸다."

by 《78개의 마음》 ⓒbiroso나.



다음화 예고
#17 The Star(별)

믿고 싶은 밤에 선 당신에게


이 글은 전통적인 타로 해석이 아닌, 카드가 건넨 상징(붕괴, 전환, 무너짐 , 새 시작)에서 풀어낸 창작 에세이입니다. 감정을 기록하는 글이며, 타로를 몰라도 당신의 마음에 닿는 글입니다.

『78개의 마음』은 타로카드에 담긴 상징으로 당신의 마음 한 장 펼치듯 찾아옵니다.


#타로에세이 #TheTower #무너짐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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