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세상을 품는 당신에게〉

#21 The World(세계)-모든 끝은, 다시 시작이었다.

by 숨결biroso나

삶은 결국,

서로의 결이 맞닿는 '하나의 숨'이었다.





끝은 언제나 조용했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흘러가고,

나는 그 속에서 다시 숨을 쉬었다.




도대체 얼마나 더 걸어야,

돌아왔다는 안도에 닿을까.


눈을 뜨면 매일이 새롭고,

눈을 감으면 어제의 잔상이 남는다.


가끔은 모든 것을 끝내고 싶다가도,

아침이면 또 처음처럼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몇 번이나 다른 길을 선택했고,

몇 번이나 같은 자리로 되돌아왔다.

돌아옴은 후퇴가 아니라는 것을

몸이 먼저 배워가는 시간들.


멀리 도망가도,

결국, 나를 데려오는 것은 나였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한 바퀴를 돌아 제자리로 왔을 때,

세상은 달라져 있었다.


아니, 달라진 건 세상이 아니라

그 안의 ''였다.


길의 끝은 벽이 아니었다.

그 벽이 문이 되어,

나는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


햇살은 예전보다 부드럽고,

바람은 조금 더 느리게 지나갔다.


무언가를 성취해야만

존재할 수 있던 날들이 지나고,

이제는 ‘그냥 있는 나’로도 충분했다.


모든 소란이 가라앉은 뒤,

조용히 남은 것들을 바라본다.


나를 지켜준 마음,

버려야 했던 기대,

끝내 놓지 못했던 이름들.

그 모든 게 '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었다.



그때, 내 앞에 놓인 장의 카드는

'The world(세계)' 였다.


이 여정이 돌고 돌아 도착한,
마침내의 숨결처럼.






가느다란 푸른 원이 공중에서 빛나고 있었다.
덩굴이 엮여 만든 환 위에,

바람 같은 인물이 서 있었다.


한 발은 앞으로, 한 발은 뒤로,
두 팔은 부드럽게 열리고,
뺨은 어느 모서리도 아닌 곳을 향하고 있었다.

원 밖 가장자리에서

네 존재의 눈빛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숨을 불어 넣는 짐승,
깊은 물을 기억하는 새,
땅을 꿰뚫는 눈,
시간의 먼 길을 걸어온 얼굴.

그 눈들은

내가 지나온 계절들을 담아두었다가
아무 말 없이 돌려주는 것만 같았다.


‘이제 어디로도 도망치지 않아도 되겠다.’
하는 감각이 파문처럼 내 안으로 번졌다.



여인은

원을 그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춤은 승리의 환호가 아니라,

오랜 길을 건너온

존재의 ‘평온한 회전’ 같았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간 순간,

움직임이 고요로 변해갔다.


돌고 도는 시간의 강 위에서,

나 또한, 그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원은 닫히면서 열렸고,

끝나면서 다시 시작되었다.


그 안에서 나는 멈추는 대신,

다시 흘러가는 법을 배웠다.


바깥과 안, 과거와 내일, 타인과 나,
모든 경계가 얇아지는 느낌 속에서.



춤은 시작도 끝도 없었다.
모든 움직임이 흘러가듯 이어지고,
모든 정지가 새로운 리듬을 품고 있었다.

나는 그 춤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삶이란 완성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자리에서 이어지는 일 아닐까.”

빛이 어둠을 품고,
눈물이 웃음으로 닿는 것처럼,
서로 다른 감정들이 하나의 원 안에서
하나의 노래가 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삶은 언제나 미완성이었다.

완벽해지려 애쓸수록

나는 나로부터 멀어져만 갔다.


무너진 자리에서 울던 날도,

다시 일어서던 날도,

결국은, 하나의 강을 이루어 흘러가고 있었다.


젊은 날엔 ‘의미’를 좇았고,

한때는 ‘정답’을 구했다.


하지만 훗날 알게 되었다.

'의미는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동안 서서히 스며드는 빛이었다'는 걸.


나는 더 이상 세상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뿐이다.


누군가의 슬픔이 내게 닿고,

내 숨결이 또 다른 이의 하루를 지탱한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일부로 흘러가고 있었다.



삶은 거대한 원처럼,

끝없이 서로를 돌고 있었다.


어쩌면 세상은
완성되어야 하는 목표가 아니라,
함께 숨 쉬는 하나의 존재인지도 모른다.

나의 삶이 누군가의 용기가 되고,
그의 말 한 줄이 내 하루를 버티게 하고,
그 모든 흐름이 모여
보이지 않는 세계의 균형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세상은 원을 그리며 회전하지만,

그 원 안의 중심은 언제나 ‘나’였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그 중심을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안’에서 찾았다.



사람은 완벽해서 평온해지는 게 아니라,

불완전함을 끌어안아

자기 호흡으로 사는 법을 익혀서

평온해지는지도 모른다.


그때 비로소,

나는 세상와 악수하는 기분을 알았다.

싸우거나 설득하지 않고,

조용히 서로의 맥박을 느끼는 일.


그제서야 이해했다.

끝이란 ‘더 이상 고치지 않는 자리’가 아니라

‘이제는 함께 흐르기로 하는 자리’라는 것을.


완성은 결론이 아니라 관계였다.

나와 나, 나와 세계,

나와 당신 사이의 얇고 단단한 연결.


나는 네 방향으로 부드럽게 고개를 돌리며

한 사람씩 떠올렸다.

과거의 나, 지금의 나, 내일의 나,

그리고 내 곁의 사람들.


그들이 모두 이 자리에 있어

원이 원으로 남는다는 사실이,

오늘만큼 고마웠던 적이 또 있었을까.






삶의 완성은 거대한 성취가 아니다.

그건 ‘이제 괜찮다’는 한마디를

진심으로 말할 수 있게 되는 순간이다.


‘나는 나로 충분하다’는 말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작은 실천이었다.


잘못을 인정하고도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는 용기,
타인의 속도를 부러워하지 않는 평정,
되돌아올 줄 아는 발걸음의 지혜.

원은 오늘도 공중에서 느리게 돌고,
그 안에서 나는 숨을 고른다.


더 빨리, 더 멀리 말고
더 깊이, 더 선명하게.
이제야 비로소 살아진다,
그 문장이 마음의 중심에 남았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이 곧, 나를 살게 하는 힘이었다.”


긴 여정 끝에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나를 괴롭히던 불안,

놓지 못했던 과거,

사라져 버린 이름들조차

모두 이 세계의 일부였다는 것을.


끝과 시작이 맞닿아 하나의 원이 되고,

나는 그 원 안에서

다시 흘러가는 나를 보았다.


빛과 어둠, 기쁨과 슬픔,

모든 감정이 뒤섞여

하나의 강이 되어 흘러간다.


그 강 위에서 나는 깨닫는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이대로의 내가,

이미 세상에 있었으니까.





긴 여정의 끝에서,

결국 남은 것은 ‘나’였습니다.


삶의 의미는 지금 여기,

이 곳에서 숨 쉬고 있는 나 자신이었습니다.



“ 당신은 지금, 당신의 세상 안에 있나요?”



세계 카드는 우리에게

'모든 것이 잘 끝났다'고 속삭여주는 듯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찾던 '완성'은 거대한 목표보다 지나온 여정의 모든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온전히 껴안는 것 아닐까요?



여러분은

어떤 '완성'의 순간을 떠올리셨나요?


이 글을 읽으신 글벗님들 모두 자신만의

아름다운 세계를 발견하셨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하루도, 저의 하루도
어쩌면 같은 바람결 안에서 흔들리고 있을 거예요.


우리가 다른 시간을 살아도,
그 모든 시간이 결국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흘러갈 때,

삶은 저절로 나를 완성시킨다.


삶은 여전히 흔들리고,

우리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서로의 빛이 되어 흐를 수 있다면 인생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


"모든 끝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

나와 세상이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


by 《78개의 마음》 ⓒbiroso나.



이 글은 전통적인 타로 해석이 아닌, 카드가 건넨 상징(순환, 통합, 귀환)에서 풀어낸 작가의 창작 에세이입니다. 타로를 몰라도 당신의 마음에 닿는 글입니다.








#78개의마음 #TheWorld #완성의순환 #삶의귀환 #감정의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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