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삼중점>

고요와 흐름과 떨림이 함께 머무는 자리

by 숨결biroso나

고요와 흐름과 떨림이 함께 머무는 자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날이 있다.

공기는 멈춘 듯 고요하고,
물은 흘러가다 말고,
보이지 않는 열만
어디선가 아주 미세하게 떨린다.

그날의 마음은
얼음도 아니고,
물도 아니며,
증기라 부르기에도 아직 이르다.

그저
모든 것이 동시에 존재하는
하나의 온도.






마음이 가장 살아 있는 순간은, 멈춤과 움직임과 떨림이 동시에 숨 쉬는 지점이다.


마음에도 온도가 있다.
너무 차가우면 얼어붙고,
너무 뜨거우면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묻게 된다.
어디쯤에서 숨 쉬는 것이 가장 나다운지.

고요만 가득한 날이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마음이 다스려진 듯 느껴지는 날.


하지만 그 고요가 길어지면
마음은 서서히 굳어진다.
움직이지 않는 평온은
안정이 아니라 정지에 가까워진다.

또 어떤 날은 감정이 흘러넘친다.
기쁨도 슬픔도
경계 없이 스며들어 마음의 형태가 흐려진다.


흐른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지만,
붙잡을 자리가 없으면 우리는 쉽게 무너진다.

그리고 어떤 날은
생각이 들끓는다.


잠들지 못한 질문들,
끝나지 않는 상상과 걱정.
마음은 공중에 떠올라 어디에도 닿지 못한다.

우리는 종종
이 셋 중 하나의 상태로 기울어진 채 살아간다.


그러나 마음이 가장 안정적인 순간은
어느 하나가 사라질 때가 아니라,
세 가지가 함께 머무를 때이다.

과학에서는
얼음과 물과 수증기가
같은 자리에 존재하는 온도를
삼중점이라 부른다 한다.

나는 이 말을
마음에 가져와 본다.

단단하게 멈추어 서는 힘,
흘러가며 받아들이는 유연함,
그리고 가만히 떨리는 열망.

고요는 나를 지키는 약속이고,
흐름은 나를 살리는 움직임이며,
떨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이다.

이 셋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같은 자리에 머무를 때,
마음은 소멸하지 않는 형태를 갖는다.

완전히 얼어붙지도 않고,
모두 흘려보내지도 않으며,
끝없이 끓어오르지도 않는 상태.

그 자리에
마음은 비로소 피어난다.

조용하지만 살아 있고,
흔들리지만 무너지지 않으며,
멈춘 듯 보이지만
안에서는 계속 숨 쉬는 상태로.


삶이란
이 마음의 온도를
조금씩 조율해 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나는
얼마나 고요한지,
얼마나 흐르고 있는지,
얼마나 떨리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일.

그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의 마음은 지금도
가장 안정적인 온도로 조용히 살아내고 있다.





마음은 늘 한 상태로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얼었다가 흐르고,
흐르다 다시 떨리며
매 순간 다른 얼굴로 우리를 지나간다.

중요한 것은
어느 상태에 있는지가 아니라,
그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함께 견디는 일이다.

고요와 흐름과 떨림이
같은 자리에 머무는 동안,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자리에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피어나고 있다.



지금 마음이 너무 굳어 있거나,
너무 흘러가 버렸거나,
너무 오래 끓고 있다면
잠시 그 자리에 머물러 보세요.

녹일 수 있는 고요를,
붙잡을 수 있는 흐름을,
아직 남아 있는 떨림을 하나씩 느껴보시기를요.





이 글은 극단의 평온이 아니라, 공존의 상태를 생각하며 썼습니다.
마음이 한 방향으로만 기울 때마다 우리는 스스로를 잃어버리곤 하니까요.


고요와 흐름과 떨림이 함께 머무는 자리,
그곳이 바로 마음이 가장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자리라고 믿습니다.



완벽한 평온에는 생명이 머물지 않는다.
흐름 없는 안정은 오래가지 않는다.
떨림 없는 평화는 쉽게 식는다.


삶의 한가운데서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마음의 자리를 기록합니다.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 감정,
조용히 견뎌낸 시간 속에서 피어난 마음을 따라갑니다.



by 《그 자리에 핀 마음》 ⓒ biroso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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