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되는 숨<2026년의 첫 페이지>

낡은 허물을 벗고 마주하는 첫 번째 새벽

by 숨결biroso나


​어둠이 스스로의 몸을 열어
붉은 궤적을 토해낼 때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된다


​빛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밤새 내면을 벼리던
차가운 침묵 끝에서 타오른다는 것을


​2026년, 불의 해라 부르는 이 뜨거운 첫날
서둘러 불꽃이 되려 애쓰지 마라


​생의 가장 환한 빛은
가장 고요한 정적 속에서
나를 빚어낸 영혼의 첫 숨에서 시작되니



생의 가장 환한 빛은 가장 고요한 정적 속에서 나를 빚어낸 영혼의 첫 숨에서 시작된다.


어느덧 시간의 눈금이 바뀌어 2026년의 첫 숨이 세상을 덮었습니다. 모두가 태양의 붉은 기운에 환호하며 성급한 보폭을 내딛는 이 아침, 오히려 가장 깊은 내면의 방에 촛불 하나를 켜고 앉습니다. 밖으로 뻗으려는 발길을 돌려 내 안의 문고리를 잡는 것, 그것이 지금, 나를 '빚음'의 첫걸음입니다.


병오년(丙午年), 사람들은 이 해를 '불의 해'라 부릅니다. 하늘에도 땅에도 뜨거운 기운이 가득 차올라 만물이 그 빛을 발산하려 요동치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이 뜨거움에 휩쓸려 함께 타오르기보다, 그 열기를 견디고 다스릴 수 있는 서늘한 마음의 그늘을 먼저 마련하려 합니다. 세상이 뜨겁게 달아오를수록, 우리는 쉽게 증발하지 않는 단단한 중심을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마 속의 옹기가 뜨거운 불길을 견디며 비로소 단단한 형태를 갖추듯, 올 한 해의 뜨거움을 나를 완성하는 동력으로 삼으려 합니다.


​새해의 다짐은 화려한 선언문 속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매일 아침 차를 우려내듯, 내 삶의 불순물을 걸러내고 가장 본질적인 자아만을 남기는 반복적인 행위 속에 깃듭니다. 작년 한 해 우리가 겪었던 숱한 부딪힘과 상처들은 이제 거름이 되어 우리 발밑의 흙을 단단히 메우고 있습니다.

그 흙을 딛고 서서, '스스로를 다듬는 침묵'을 삶의 첫 번째 질서로 삼기로 했습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속도가 아니라, 나만이 알 수 있는 깊이로 한 걸음씩 내딛는 연습입니다.


​무언가를 채우기보다는 비워내는 일을, 말하기보다는 세상의 미세한 떨림을 읽어내는 일을 다짐합니다. 불의 해가 주는 그 찬란한 에너지를 오롯이 나의 성장의 동력으로 치환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 안의 소음이 잦아들어야 합니다.

고요하게 정제된 영혼만이 외부의 거센 불길 속에서도 타버리지 않고 자신만의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2026년이라는 이 거대한 물결 위에서, 흔들리는 배가 아니라 깊은 바다 밑에 가라앉아 중심을 잡는 닻이 되어 이 한 해를 건너가려 합니다.


​이제 막 시작된 이 계절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빚어낼 것입니다. 누군가는 열정으로, 누군가는 사랑으로, 그리고 나는 이 '겸허한 정적'으로 새해의 첫 문장을 써 내려갑니다. 우리가 오늘 심은 이 고요한 다짐이 훗날 가장 뜨거운 날에 시원한 나무그늘이 되어줄 것임을 믿습니다. 지금, 나는 나를 빚는 이 정직한 시간을 사랑합니다.





침묵 속의 태동


서릿발 가득한 겨울 창가에 서서
어둠이 빛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찰나를 봅니다.
지난 해의 나를 덮었던 무거운 외투를 벗어두고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길 위에
첫 호흡을 길게 내뱉어 봅니다.
하얀 입김은 허공에 번져 기도가 되고
심장은 잊었던 박동을 다시 배우기 시작합니다.



빚어짐의 시간


2026년의 첫 햇살은 마치 숙련된 도공의 손길처럼 조심스럽게 대지에 닿습니다. 지난 일 년, 우리는 수많은 풍랑 속에서 자신이라는 진흙을 이겨왔습니다.

때로는 눈물로 반죽하고, 때로는 고독이라는 가마 속에서 뜨겁게 견뎌내기도 했지요. 그 거친 시간들이 없었다면 오늘 마주한 이 매끄러운 시작의 감촉은 결코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삶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매 순간 정성스럽게 나를 빚어가는 과정 그 자체임을 깨닫습니다.



균열 사이로 흐르는 빛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단단하게 굳어버린 마음의 틈새로 오히려 새로운 빛이 스며드는 법이니까요. 상처 입었던 자리마다 옹이가 생기고, 그 옹이는 다시 단단한 무늬가 되어 우리를 지탱합니다.

2026년이라는 도화지 위에 이제 세련된 필체보다는 투박하지만 진실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으려 합니다.

멈춰 있던 시계태엽을 감듯, 다시금 꿈을 향해 느리지만 정직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영원한 시작의 약속


이제 막 첫 페이지를 넘겼을 뿐입니다. 이 한 페이지가 모여 한 권의 책이 되고, 그 책은 다시 누군가에게 따스한 위로가 될 것입니다.

다시 시작되는 숨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호흡이 아니라, 스스로를 온전히 긍정하며 내뱉는 생명의 선언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가장 나답고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 다시 태어납니다.



창밖의 세상이 황금빛으로 물들어갑니다.
어제와 같은 해이지만, 오늘의 우리는 분명 어제와 다른 빛을 머금고 있습니다.
비로소 나를 빚는 이 신성한 시간 속에서,
우리의 영혼이 가장 평온한 농도로 익어가기를 소망합니다.





새벽의 서늘한 공기가 문장 사이사이에 스며드는 기분이 듭니다. 2026년의 첫 글을 쓰며 저 또한 스스로를 다시 빚는 마음으로 단어를 골랐습니다. 올 한 해가 이 글처럼 고요하면서도 힘찬 박동으로 가득 차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낡은 계절을 보내고 눈부신 첫새벽을 맞이합니다.
삶이라는 진흙을 정성껏 이겨 오늘의 나를 빚어냅니다. 매 순간 다시 시작되는 숨으로 우리는 완성되어 갑니다.



by 지금, 나를 빚는 시간》 ⓒbiroso나.



흐르는 시간 속에 매몰되지 않고, 매 순간 깨어 있는 나로 살아가기를.
비로소 내가 나를 빚는 이 시간들이 모여 찬란한 숲을 이룰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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