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된 방황<나를 찾아가는 이정표>

목적지 없는 발걸음이 가져다준 눈부신 선물

by 숨결biroso나


방황의 빛


정해진 궤도를 이탈했다는 서늘한 불안은
사실,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문소리였습니다


늘 앞만 보느라 놓쳤던
이름 모를 들꽃의 낮은 인사와
구부러진 길 끝에 숨어 있던
작은 샘물의 노래를 듣습니다

헤매고 있다는 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눈부신 자유의 다른 이름입니다

나의 모든 발걸음은
결국 '나'라는 바다로 흘러가는
하나의 굽이치는 강줄기였음을

가끔은 지도를 접고 길을 잃어버리기로 했습니다. 그곳에서 비로소 진짜 나의 풍경이 시작되었으니까요.




소음의 지도를 접고, 숲의 언어를 배우다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누군가가 그려놓은 정교한 지도 한 장을 손에 쥡니다. 그 위에는 도착해야 할 역들이 빼곡하고, 남보다 늦어지면 경고등이 켜집니다. “지금쯤이면 이만큼 가 있어야 해”라는 타인의 목소리는 우리 삶의 나침반을 무질서하게 흔들어 놓습니다.

숨 가쁘게 달리다 문득 멈춰 섰을 때, 비로소 깨닫습니다. 그 지도가 가리키는 곳이 내가 정말 닿고 싶었던 목적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요. 세상의 속도에 발맞추느라 내 영혼의 보폭은 엉망이 되었고, 풍경을 감상할 여유는 ‘도착’이라는 강박에 밀려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결단합니다. 빳빳하고 차가운 소음의 지도를 접어 주머니 깊숙이 넣고, 오직 내 숨소리가 이끄는 ‘독백의 숲’으로 들어서기로요.



낯선 길 위에서 마주한 정중한 환대

지도를 접고 숲의 샛길로 접어들었을 때, 처음 찾아온 것은 해방감이 아니라 지독한 불안이었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 이정표조차 희미한 그곳에서 ‘낙오’라는 단어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그 길 위에서 나를 맞이한 것은 비난이 아니라 뜻밖의 환대였습니다.

인생의 방황은 안개 낀 새벽의 숲길과 같습니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아 두렵지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안개는 제 몸을 비켜주며 오직 발치만큼의 진실을 내어줍니다. 정해진 길 위에서는 보이지 않던 이끼 낀 바위의 부드러움과, 바람에 몸을 맡긴 나뭇잎의 박자가 음악처럼 들리기 시작합니다. 퇴근길에 한 정거장 미리 내려 걷는 것만으로도, 매일 스쳐 지나던 숲길 가장자리의 나무들이 서로의 그늘을 나누며 그렇게 다정하게 서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처럼요.



방황, 나를 완성하는 정교한 설계

방황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닌 듯요. 그것은 나의 영혼이 머물고 싶어 하는 자리를 찾아가는 가장 정직한 탐색입니다. 뿌리 깊은 나무일수록 땅 밑에서 수많은 갈래로 뿌리를 뻗으며 물길을 찾듯, 우리의 방황 또한 삶의 자양분을 얻기 위한 필사적이고도 아름다운 여정입니다.

길을 잃어본 사람만이 자신만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습니다. 목적지에 서둘러 도착한 이들은 그 끝의 풍경은 알지 몰라도, 길 위에서 만난 수만 가지 감정의 결은 알지 못합니다. 실패라 여겼던 시간, 돌아갔다고 믿었던 굽이진 길들이 사실은 '나'라는 사람의 내면을 더욱 입체적으로 빚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립니다. 방황은 나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의 지평을 넓히는 정교한 설계의 일부였습니다.



다시, 나만의 보폭으로 걷는 길

이제 나는 신발 끈을 고쳐 맵니다. 예전처럼 남들의 속도를 훔쳐보며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숲에서 길어 올린 침묵의 힘이 있고, 방황 속에서 발견한 나만의 이정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길 한복판에서 헤매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그렇다면 기꺼이 그 방황을 끌어안아 보시길요 우리가 흘린 땀방울과 고민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나만이 그릴 수 있는 인생의 무늬가 되니까요. 정답을 찾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우리가 걷고 있는 그 발걸음 자체가 이미 가장 아름다운 대답이니까요.


방황하는 이 시간이 눈부신 풍경으로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방황은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나만이 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만드는 중입니다.
그 길의 끝에서, 비로소 가장 빛나는 미소를 짓게 될 테니까요.


살아가며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조차 아름다운 여정임을 느낍니다. 방황하는 현재의 모습이 나를 더 깊게 만드는 과정임을 알게 됩니다. 헤매는 그 모든 순간이 나를 완성해 가는 소중한 퍼즐 조각임을요.


가끔은 길을 잃어도 이제 마냥 겁이 나지만은 않습니다. 그곳에서 진짜 꿈이 숨 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오늘 하루도 수고한 당신에게, 방황이라는 이름의 휴식을 건넵니다.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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