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을 깨고, 나로 서는 시간〉

5화 '늑대아이'가 쏘아 올린, 나로 서는 질문

by 숨결biroso나


사람은 누구나
보이지 않는 갑옷을 입고 산다.

성격이라는 껍질.
상처를 덮기 위해 만든 습관.
세상이 요구한 표정과 말투.

그 갑옷은 처음엔 우리를 지켜준다.
그러나 어느 날,
그 안에서 숨이 막히기 시작한다.


삶은 낯선 만남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낯선 타인.
낯선 환경.
익숙하지 않은 선택.

그 만남들은
조금씩 우리 안에 균열을 낸다.
낡은 갑옷은 바스락거리고,
그 안쪽의 살은
의외로 여리고 뜨겁다.








영화 《늑대아이》에서 주인공 '하나'는
대학에서 만난 늑대인간과 사랑에 빠지고,
아이를 낳고, 남편을 잃고,
홀로 두 아이를 키운다.


마치, 엄마의 이야기 같고,
아이들의 성장담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더 깊은 이야기가 있다.

한 여자가
사랑을 선택하고,
상실을 견디고,
홀로 두 아이를 키우며,
끝내 자기 자신에게로
귀환하는 이야기.


그녀는 인간과 야성,
엄마와 한 사람 사이를 오가며
결국 '나'로 서게 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문장처럼
하나는 알에서 깨어난다.


엄마라는 알,
사랑하는 이의 아내라는 알,
사람들 속에서 잃어버린 ‘나’라는 알.

그 알에서 깨어날 때,
그녀는 처음으로 혼자서 서 있었다.

아이들이 떠난 뒤,
하나는 빈방에 혼자 앉았다.

창문 틈으로 불어온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날린다.

그제야, 고요히 웃는다.

우리는 그렇게,
붙들던 것을 놓고,
기어이 혼자서 서고,
그제야 처음으로 자기 얼굴을 만난다.



이야기의 끝에서 하나는
아이들을 놓아준다.

붙드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믿고 보내는 것이 사랑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때,
홀로 남은 자신 앞에
비로소 한 사람이 선다.

이제,
그 이름은 '하나'다.





“I’m not scared. Because it’s you.”


아이가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영화 속 대사이다.
이건 단순한 애정 표현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나를 드러내는 용기’


늑대와 인간,
낯선 환경과 숨겨진 자아,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졌고,
어떤 나로 서야 할 것인가?






삶이 묻는다.
너는 누구였고,
어떤 나로 살아왔고,
이제 어떤 나로 설 준비가 되어 있는가?


사람은 결코 처음 모습 그대로 살아가지 않는다.

사랑은 우리를 바꾸고,
상실은 우리를 비워내고,
고독은 우리를 돌아보게 하고,
끝내 그 모든 여정을 지나
한 사람으로 서게 만든다.


"이제 나는 누구로 서게 될 것인가?"






"이제 나는 누구로 서게 될 것인가?"

by<다시 삶에게 말을 건넨다>ⓒbiroso나.




※ 이 글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영화 《늑대아이》에서 영감을 얻어 모성·상실·성장을 넘어선 ‘존재의 귀환’이라는 주제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다시, 삶에게 말을 건넨다》는 수요일과 금요일 기억에서 잊힌 줄 알았던 당신 마음에 조용히 말을 걸어 드립니다





<biroso나의 숨결 감성 연재>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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