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나를 바라보는 기술>

프롤로그| 감정이 사라졌다고 느낀 자리에서

by 숨결biroso나


어느 날,
감정이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감정을 알아차리던 나의 감각이
조용히 꺼져버렸다.

화가 난 것도 아니고,
슬픈 것도 아닌데
몸 어딘가가 묵직하게 가라앉는 날.
말을 꺼내기 전부터
모든 게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그런 날.

그날, 알게 되었다.
감정은 격렬한 순간보다,
이유 없이 텅 비는 순간에 더 깊게 무너진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회복’이라는 말을
너무 빠르게 말한다.


마치 무너짐은 실패이고,
멈춤은 게으름인 것처럼.

그러나

점점 믿게 되었다.

삶이란
회복을 위한 길이 아니라,
존재를 바라보는 기술을 익혀가는 일이라는 것을.

"견디는 법이 아니라
무너지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는 것을."






무너짐은
감정이 부서지는 일이 아니라,
내가 누구였는지를 되묻는 질문이다.


형체를 잃어가던 시간 속에서

서서히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토록 애써 숨기던 감정의 결,

말없이 사라지던 자아의 흔적,

그리고 끝내 붙잡히지 않던 나의 진심.


이 글은

감정이 사라졌다고 믿었던 그 자리에서 시작되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채

무너져 있던 나의 조각들을

천천히, 조용히 꺼내보는 기록이다.







사라진 줄 알았던 마음이
결국, 나를 가장 선명하게 만들었다.


by《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 biroso나.



(다음 화 예고)

“나는 무너지며, 나를 다시 정의한다.”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감정의 틀을 벗어난 존재의 여백을 바라보며, 그 자리를 채우는 사유의 방식을 기록한 에세이입니다.


<biroso나의 숨결 감성 연재>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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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월 《엄마의 숨》
2) 화/ 토 《숨쉬듯, 나를 쓰다》
3) 수/ 금 《다시, 삶에게 말을 건넨다》
4) 수 / 토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
5) 목 《별을 지우는 아이》
6) 목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7) 금 《아무 것도 아닌 오늘은 없다》
8) 일 《말없는 안부》
9) 일/ 월 《가만히 피어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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