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톨스토이에게서 배운 삶과 사랑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오늘을 견뎠을까?
하루를 버티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날에도
그저 '해야만 하는 삶'에 나를 실어 보낸다.
늘 ‘살아야 한다’는 말 앞에
혹은, '살아가야지'라는 혼잣말을 품은 채,
매일 같은 하루를 버텨낸다.
숨을 쉬듯 반복되는 일상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고,
사랑하거나 걷는 방식으로 하루를 채우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그 질문이 튀어나온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누군가를 사랑하며 살아온 삶조차
사실은 미움과 후회로 버티어낸 날들의 총합일 수도 있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끝내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한 채 살아온 시간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걸까?
사랑이 아니라면, 또 무엇으로.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짧은 문장 안에 삶 전체를 집어넣는다.
그는 무엇이 사람을 살게 하는지를 설교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조용한 이야기들로 말없이 보여준다.
조건 없이 벌거벗은 낯선 미카엘에게 외투를 벗어준 구두장이 시몬,
곧 자신이 죽을 지도 모르고 구두를 맞추는 귀족, 자신의 아이가 아닌데도 사랑으로 품어 키우는 이웃집 여인,
그 모든 순간에 공통된 건
계산도 아니고, 당위도 아니고,
사랑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않은 사랑의 태도였다.
“사람 안에 무엇이 있는가?
- 사랑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아는 능력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사랑.”
구두장이 시몬과 그의 아내는
자신들이 가진 것이 거의 없었지만,
미카엘이라는 낯선 이를 받아들인다.
이유는 단 하나,
그가 ‘춥고 배고파 보였기’ 때문이다.
그 장면에서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떠올릴 수 있다.
사랑은 명분이 아니다.
사랑은 자격을 묻지 않는다.
사랑은 누군가의 허기를 바라보는 일이고,
그를 위해 식탁의 온기를 나누는 일이다.
사랑은, 이유 없이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다.
톨스토이가 말한 두 번째 진실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에 관한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자기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능력이다.
이 구절을 처음 읽었을 때,
마치 평생 싸우고 있던 질문을
그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왜 어떤 선택은 반드시 후회로 남고,
왜 우리는 중요한 순간마다
자기 마음을 몰라 우회하고 돌아서는가.
그건 우리에게
' 앞날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은 당장 내일의 일조차도 잘 모르는 가운데서도 살아간다.
그리고 때로는 그 모름이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고,
사랑하게 만든다.
이 이야기의 끝에서
천사는 세 가지 진실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사람의 마음에는 사랑이 있고,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건 내일이며,
사람은 타인의 사랑으로 살아간다" 라고
이는 신의 명령을 수행한 대가도,
벌을 다 채운 결과도 아니다.
사람과 함께 시간을 살아낸 자만이 얻는
‘깨달음’이었다.
그 장면에서 떠오르는
아주 오래된 성경의 한 구절이다.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 『고린도전서 13장』
결국, 천사가 본 인간은
연약하고 불완전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사랑 안에서 완성되는 존재였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보다 더 깊은 질문이다.
‘나는 무엇으로 살아왔는가’를 되묻는다.
누군가를 향한 깊은 마음,
설명되지 않는 죄책감,
무명한 사랑들,
한순간의 자비,
기억에도 남지 않을 작은 친절.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지나며 사람으로 살아왔다.
이름 붙일 수 없는 것들이
사람을 만든다.
사랑이 사람을 살게 한다는 믿음은
오늘도 시험당한다.
냉소와 불신이 일상이 되었고,
관계는 거래가 되었으며,
희생은 무모하다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도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언젠가 내 마음도 그렇게
살아 있었던 순간이 있었던 것처럼.
사랑은 정답이 아니라
여전히 묻고 또 묻는 질문이다.
그리고
사람은 그 질문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다.
톨스토이의 이야기는 끝났지만
그 문장은 삶 속에서 계속 살아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누군가가 다가와주었던 순간,
나는 살 수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손을 잡아주었던 기억,
차가운 말 대신
기다림을 선택해 주던 사람.
그 사랑들이
우리 삶을 꺼내주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온기로부터 살아났다.
그 기억이
우리를 다시 살게 만든다.
당신은 오늘
무엇으로 눈을 떴나요?
계획? 책임? 의무감?
그 모든 걸 지나
가장 조용히 당신을 일으키는 건
사랑의 기억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살고 있다는 건
누군가의 마음에
살아 있다는 뜻입니다.
살아 있다는 건,
사랑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오늘,
당신은 무엇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이해보다 먼저 온 것은, 사랑이었다.
사랑은 어떤 설명 없이도 삶을 살아가게 한다.
by 《다시, 삶에게 말을 건다》 ⓒ biroso나.
이 글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영감을 받아 작성하였으며, 줄거리 요약이 아닌, ‘삶과 사랑의 본질’에 대한 감상과 사유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해석과 감정 서사는 작가의 재구성을 포함합니다
《다시, 삶에게 말을 건넨다》 는 수요일과 금요일 기억에서 잊힌 줄 알았던 당신 마음에 조용히 말을 걸어 드립니다.
*<숨결로 쓰는 biroso나의 연재>*
───────────────
1) 월 《엄마의 숨》
2) 월 《별을 지우는 아이》
3) 화/ 토 《78개의 마음》
4) 수/ 금 《다시, 삶에게 말을 건넨다》
5) 수/ 토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
6) 목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7) 금 《아무 것도 아닌 오늘은 없다》
8) 일 《말없는 안부》
9) 목/ 일 《가만히 피어나는 마음》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 #삶의조건 #인문학에세이 #감성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