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The Empress(여황제)-보살피는 마음
언제부터였을까?
사람들을 돌보는 일이 나의 일이 되어버린 건.
그냥 괜찮냐는 말 하나 건넸을 뿐인데
그들의 눈물이 내 어깨를 적셨고,
가만히 들어주었을 뿐인데
그들의 고단함이 내 하루를 잠식했다.
도움을 줘야 하는 이유는 늘 분명했다.
"너밖에 없으니까."
"너는 잘하잖아."
"네가 해줄 수 있잖아."
그 말들을 지나며,
나는 어느새
‘돌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날,
책상 위에 우연히 펼쳐진 건
' 여황제(The Empress)'라는 카드였다.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초원,
금빛 밀밭이 바람에 흔들리며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나무 그늘 아래 고요히 앉아 있었다.
그녀의 머리엔 열두 개의 별이 반짝이는 왕관,
마치 하늘과 계절을 품은 듯했고,
한 손에는 싱그러운 생명의 홀을 쥐고 있었다.
그 주변은 온통 꽃향기와 초록의 숨결,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듯,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생명이 안도하는 풍경이었다.
그 순간,
나는 알 것 같았다.
내 안에도 오래전부터
누군가를 보살피고 싶은 마음이
살고 있었다는 걸.
하지만,
내 마음은 어땠을까?
늘 다른 사람의 그늘이 되어주느라
정작 내 뿌리는 말라가고 있었는지 모른다.
나의 계절은 한 번도 확인하지 못한 채,
다른 이의 봄을 피워내기에만 바빴던 날들.
그래서 이제는 알고 싶다.
돌봄이 나를 소진시키지 않고,
나를 더 단단하게 채우는 방법을.
내 안의 풍요가 마르지 않도록
먼저 나를 돌보는 마음을.
어쩌면 여황제의 미소는
그 비밀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세상을 감싸는 손길과
자신을 품는 손길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어떤 날은,
모두를 챙기느라
정작 내 감정은 못 챙겼다.
내가 울고 싶은 날에도
먼저 웃어야 했고,
누군가 지친 걸 알아채야만
나의 고단함은 뒤로 밀려났다.
그래서일까.
나는 자주 나를 돌보지 못한 채
‘누군가의 돌봄’으로만 살아 있었다.
하지만 감정은
내 것부터도 들여다봐야 했다.
마음이 마를수록
돌봄은 사라지고
책임만 남았으니까.
어느 밤엔 문득,
이렇게 중얼거리곤 했다.
“나는 누구에게 돌봄 받고 싶었던 걸까?”
그 질문 끝에서
나는 조금씩 배웠다.
보살핀다는 건
‘나 없이 누군가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존재하는 방식’이라는 걸.
여황제(The Empress)는
누구보다 자신을 잘 돌보는 이다.
그래야만 그 마음이
다른 이에게도 진짜 닿을 수 있기에.
나는 이제,
누군가를 돌보기 전에
먼저 내 마음에 물을 준다.
내 감정을 꽃피우는 일이
진짜 돌봄의 시작이니까.
by 《78개의 마음》 ⓒ biroso나
(다음화 예고)
#4. The Emperor — 함께 지켜내는 힘
“모두를 책임지는 얼굴 뒤에,
내가 감춘 건 무엇이었을까.”
이 글은 전통적인 타로 해석이 아닌 카드가 건넨 상징(돌봄,풍요,모성)에서 풀어낸 작가의 창작 에세이입니다. 감정의 이름으로 마음을 기록하는 글이며 타로를 몰라도 당신 마음에 닿는 글입니다.
[감정 타로상징 사색 에세이]
『78개의 마음』은 매주 화/토요일 타로카드에 담긴 상징으로 당신의 마음 한 장 펼치듯 찾아옵니다.
#78개의마음 #타로감성 #감정회복 #보살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