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에 머무는 당신에게>

#2 The High Priestess(여사제)-고요 속 직감은 깨어있다

by 숨결biroso나

가장 깊은 감정은,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어느 순간,
말하고 싶지 않은 때가 있다.
설명해도 오해만 남고,
오히려 침묵이 더 안전하게 느껴졌다.

그런 날은,
나 자신조차 내 마음을 설명할 수 없다.

그저, 조용히 있고 싶었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속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싶었다.

그때, 손에 쥔 건
‘여사제(The High Priestess)' 카드였다



흰 기둥과 검은 기둥 사이,
얇은 베일 뒤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사람.
그녀는 말하지 않았지만
모든 걸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그 침묵이,
왠지 낯설지 않았다.

그 눈빛은 모든 걸 꿰뚫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건 마치,
들키지 않은 마음을 오래 지켜본 이의 눈빛 같았다.

어쩌면 우리는
말보다 먼저 ‘느낌’으로 아는 것들을
굳이 말로 증명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감정은 종종, 말보다 빠르다.
그리고 때로는,
말보다 정확하다.


우리는 자주
말보다 느낌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그러다 감정이 너무 많아지면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된다.
조용히 나를 지키기 위해.

그 침묵은 때때로,
가장 선명한 직감이었다.




사실, 나도 잘 몰랐다.
무슨 감정인지, 왜 그런 기분인지.
누가 물으면 대답할 수 없는 마음이
가슴 한가운데 오래 머물고 있었다.

그럴수록,
나는 더 말이 없어졌다.

조용히 살아내는 일이
때론 가장 정직한 감정의 표현 같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그 조용함 속에서
나는 나를 만났다.

한동안,
감정이 말을 거는 것 같았다.
한 문장도 되지 못한 마음들이
조용히, 천천히, 내 안을 스쳐갔다.

누군가는 내 무표정을 걱정했지만
나는 내 안의 목소리를 듣느라
그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았다.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내 안쪽은 더 깊어져야 했다.
그래야 진짜 내 마음이
소란에 묻히지 않으니까.


여사제는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코 모르는 것도, 모른 척하는 것도 아니다. 그녀는 느끼고 있고, 기다리고 있고,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 진실이 다만, 말보다 더 깊은 자리에 있을 뿐.


그래서 알게 되었다.

나의 조용함이 결코 공허가 아니라는 걸.

내 안의 직감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를 지켜보고 있었음을.


가장 깊은 감정은,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여사제를 꺼내는 순간,

나는 나에게 침묵의 자리를 허락하게 된다.

말보다 먼저 진실을 느끼고, 확신보다 먼저 흔들리고, 침묵 속에서 나를 마주하게 되는 시간.


조용함 끝에서야 알게 됐다.
말보다 먼저,
마음이 먼저 느끼고 있었다는 걸.
가장 낮은 숨결 속에
진짜 내가 있었다.



조용히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과 가장 깊이 연결되고 있었다.



"가끔은 말하지 않을 때,

비로소 들리는 마음이 있다."


by 《78개의 마음》 ⓒ biroso나.


다음화 예고

#3 The Empress(여황제)

: 돌봄에 지친 자들을 위한 위로



이 글은 전통적인 타로 해석이 아닌 카드가 건넨 상징(직감, 침묵, 내면)에서 풀어낸 창작 에세이 입니다. 감정의 이름으로 마음을 기록하는 글이며, 타로를 몰라도 당신의 마음에 닿는 글입니다.

[감정 타로상징 사색 에세이]

『78개의 마음』은 매주 화/토요일 타로카드에 담긴 상징으로 당신의 마음 한 장 펼치듯 찾아옵니다.

#타로감성 #78개의마음 #여사제 #침묵의기술



*<숨결로 쓰는 biroso나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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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월 《엄마의 숨》
2) 월 《별을 지우는 아이》
3) 화/ 토 《78개의 마음》
4) 수/ 금 《다시, 삶에게 말을 건넨다》
5) 수/ 토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
6) 목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7) 목/ 일 《가만히 피어나는 마음》
8) 금 《아무 것도 아닌 오늘은 없다》
9) 일 《말없는 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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