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The Hierophant (교황) - 믿음이 길을 비춘다
사람들은 신념이 삶을 견디게 한다고들 말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반대로 움직였다.
선택 앞에 설 때마다 두려움이 먼저 찾아왔다.
머릿속에는 질문이 쏟아졌고,
대답은 손가락 사이로 흩어졌다.
주변은 늘 답을 내주었다.
“안정적인 게 최고야.”
“남들이 다 가는 길을 택해.”
그 말들은 잠시 안도감을 주었지만,
곧 내 목소리를 잠재워버렸다.
그럴수록 나는 작아졌다.
내 믿음은 내 것이 아니라
남이 세워준 울타리 같았다.
그때, 눈앞에 놓인 건
'The Hierophant(교황)' 카드였다.
세 겹의 왕관을 쓴 인물.
손에는 세 줄기의 십자가 지팡이.
앞에는 무릎 꿇은 두 사람.
모두가 그의 말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장면은 오래된 교실 같았다.
한 사람이 칠판 앞에 서 있고,
나머지는 줄 맞춰 앉아 고개를 끄덕이는 풍경.
나 역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편이 편했다.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정답은 늘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집에 돌아오면
이유 모를 답답함에 숨이 막히곤 했다.
그런데 교황의 눈빛은 달랐다.
손끝은 하늘을 향했지만,
시선은 제자들의 눈높이에 머물러 있었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가르침은 위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찾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에게도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안에서 길어 올린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건넨 말에 맞춘 것이었다.
부모가 옳다고 한 길.
사람들이 안정적이라 말한 선택.
나는 그 말들을 따르며 살았다.
그게 나를 지켜주는 힘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 믿음은 곧 굴레가 되었다.
스스로 고른 길이라 여겼지만
사실은 남이 깔아 둔 길이었다.
대학 전공을 정할 때도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남들이 인정하는 길’을 택했다.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으로는
남의 인생을 대신 사는 기분이었다.
그 믿음은 결국 흔들렸다.
흔들릴 때마다 무너졌고,
무너질 때마다 깊은 의심이 찾아왔다.
그때 교황 카드는 물었다.
“그 길이 너의 신념에서 나온 것이냐?
아니면 남이 준 믿음을 지키고 있는 것이냐?”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오래 멈춰 서서 생각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진짜 믿음은 의심을 지나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믿음은 완벽한 확신에서 생기지 않는다.
흔들리고 무너지고 다시 묻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
남이 준 대답을 따르던 시간,
나는 늘 안전했지만 늘 불안했다.
그러나 의심 끝에 길어 올린 믿음은
작은 빛이 되어 길을 밝혔다.
교황 카드는 말했다.
“흔들려도 괜찮다.
너의 길은 네가 찾은 믿음 위에 놓인다.
그 믿음이 결국 너를 지킬 것이다.”
지금 흔들린다면
그건 길을 잃은 게 아니라
길을 찾고 있다는 증거다.
by 《78개의 마음》 ⓒ biroso나.
(다음화 예고)
#6 The Lovers (연인)
: 마음이 향하는 쪽이 길이다
이 글은 전통적인 타로 해석이 아닌, 카드가 건넨 상징(신념, 가르침, 전통, 깨달음)에서 풀어낸 창작 에세이입니다. 감정을 기록하는 글이며, 타로를 몰라도 당신의 마음에 닿는 글입니다.
[감정 타로상징 사색 에세이]
『78개의 마음』은 매주 화/토요일 타로카드에 담긴 상징으로 당신의 마음 한 장 펼치듯 찾아옵니다.
#TheHierophant #교황 #신념 #타로감정에세이